도 변호사, 대구 중·남구 경선 승리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을 잇따라 공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도태우 변호사가 대구 중·남구 본선 후보로 확정된 데 이어,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유영하 변호사를 대구 달서갑에 단수공천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위기를 맞았던 여당의 '자기 부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구 달서갑에 유 변호사를 단수공천을 한 것과 관련해 "(시스템 공천 상) 데이터로 보면 점수 차이가 많이 났다. 오히려 정무적 판단을 역으로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너무 배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 (판단을) 오히려 늦췄다"고 밝혔다.
전날 공관위는 중앙당사에서 17차 공천 결과 대구 달서구갑 선거구에 유 변호사를 우선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구 현역인 홍석준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정 위원장은 홍 의원 공천 탈락에 대해서도 "현역 의원들이 진짜 훌륭한 분들이 많고 그래서 그걸 존중하는 베이스"라며 "잘라내는 게 아니고 존중하면서 최적의,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변호를 맡았던 도 변호사도 지난 2일 대구 중·남구 경선 끝에 현역 임병헌 의원을 제치고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도 변호사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 형사 변호인 및 민사 대리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및 유죄 판결에 "적법절차가 무너진 반문명적 재판" 등 발언을 남기며 반발하고, 지난 총선 당시에도 '4·15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최측근들이 공천을 확정하자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간 관계가 회복된 것을 계기로 입장을 뒤집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약 석 달 동안 박 전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나며 깍듯이 예우하면서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간 여당은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과 거리를 둬 왔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 연설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호소한 뒤 당 대표에 당선된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공천으로 '탄핵의 강'을 되돌아왔다는 평가가 많다.
당 안팎에서는 유 변호사 단수공천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만큼 보수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들 공천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총선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을 이탈시킬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벌써 이번 공천에 대한 비판에 나서고 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유 변호사가 단수공천된 지난 5일 브리핑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 달서구갑에, 도태우 변호사가 대구 중구·남구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다"며 "국민의 손에 탄핵된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총선을 치르겠다니 '도로 새누리당'임을 인증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국민을 버리고 '이승만의 힘', '박정희의 힘', '박근혜의 힘'으로 총선을 치른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만이 기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