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유지 시 경쟁력 저하·중도 이탈 우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일부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지만 정치권에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전망이 많다. 공천자 중 문제적 발언을 한 인물이 양당 모두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막말 공천자는 지역구 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들로 인한 중도층 이탈도 우려돼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난교'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장예찬(부산 수영구) 후보와 '5.18 폄훼' 논란을 일으킨 도태우(대구 중구남구)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목발 경품' 발언과 이에 대한 거짓 해명으로 구설에 오른 정봉주(서울 강북을) 후보를 공천 배제하면서 '막말 후폭풍'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정가에선 양당의 막말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시각이 많다. 여야가 공천장을 준 후보 가운데 실언을 한 인물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먼저 국민의힘에선 대전 서구갑에 공천받은 조수연 후보가 당에 남아있는 '막말 리스크'로 꼽힌다.
검사 출신인 조 후보는 2017년 8월 페이스북에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썼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조 후보는 당시 조선 망국의 책임을 조선에 돌리며 일제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조 후보의 이 같은 행적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과거 실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도 후보 사례를 언급하며 "일제 옹호 논란의 주인공인 조수연 후보 또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결단해야 마땅하다"고 사퇴를 압박했다.
최근 막말 논란으로 골치를 썩은 국민의힘은 조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 후보가 이종찬 광복회장을 찾아가 사과한 점을 참작해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조 후보가 즉각 사과했고, 광복회에 찾아가 진정 어린 사과를 한 것으로 안다"며 "여러 사정을 참작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친이재명(친명)계로 분류되는 양 후보는 2007~2008년 기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라고 일컬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양 후보는 지난해 6월 "수박(비이재명계 의원에 대한 비하 표현)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말했다가 같은 해 11월 당원 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양 후보는 공천 면접에서도 '수박 발언이 뭐가 문제냐'는 취지로 공관위원들과 대립각을 세웠다고 한다.
양 후보의 경우 당내 반발이 커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분위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입장문을 내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양 후보에 대한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고,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공천 철회를 압박했다. '친노 적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부른 사람이 민주당의 후보라고 한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며 양 후보를 두둔했다. 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총선 후보를 공천하는 자가당착을 보이고 있다"며 공세에 나섰다.
이밖에 민주당은 "고민정도 강병원도 윤영찬도 내 상대가 아니다. 나의 상대는 우리 안의 비겁함이다. 전차를 몰고 저 비겁자들의 대가리를 뽀개버리자"고 한 김우영(서울 은평을) 후보와 2017년 학교 비정규직 급식노동자들을 비하한 발언으로 구설에 이언주(경기 용인정) 후보의 공천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이 임박한 만큼 당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후보는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에서 공천받은 한 후보는 "당 입장에선 가급적 공천 유지를 하고 싶겠지만, 여론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발언을 한 후보에 공천을 주면 접전지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