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측 "밑바닥 민심 긍정적···지역 발전 이끌 사람"
류삼영측 "주민의 정부 심판 의지 높아···판세는 5대5"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수도권 총선 결과를 좌우할 '한강 벨트' 승부에 선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와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는 서울 동작을은 한강 벨트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28일 <매일일보>가 접한 동작을 민심은 '백중세'였다. 동작 발전을 위해 지역 현안을 잘 알고 정치 경험이 풍부한 나 후보를 뽑겠다는 판단과 정부의 독선을 견제하기 위해 류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4일 동작을에서 재선한 나 후보를 일찌감치 단수 공천했다. 나 후보는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해 내리 4선을 한 중진 정치인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치 신인이었던 이수진 민주당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동작 텃밭만 10년을 일궈온 것은 강점으로 꼽힌다.
류 후보는 지난해 12월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 3호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동작을에 전략 공천됐는데, 지역 연고는 없지만 '정권 심판'의 상징성을 가진 인물로 지역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류 후보는 재작년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좌천당한 후 경찰 조직을 떠났다.
이날은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자정 직후 지역 순찰 등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나 후보는 오전 7시 유동 인구가 많은 총신대입구(이수)역 14번 출구에서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나 후보는 역사 입구에 자리를 잡고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이 대다수였지만 나 후보를 격려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안아주는 시민도 있었고, 수차례 사진 요청을 받기도 했다. 한 시민은 "고생이 많다. 열심히 해 왔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나 후보를 응원했다.
지하철 역사에서 본지와 만난 김영순(61)씨는 자신을 '20년 사당동 주민'으로 소개하며 "나 후보는 사람이 꾸밈이 없고 주민들에게 참 겸손하다"며 "동네에서 사람들도 열심히 만나고 다닌다. 타 후보보다 지역을 잘 아는 나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박영철(57)씨는 "나 후보의 자녀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장애인 배려와 봉사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며 "주변에서도 평가가 좋다. 지인들에게 나 후보를 뽑으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작에 살면서 1시간 거리의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노유정(30)씨는 "동네 친구들과 얘기하면 정부가 못해서 민주당 후보를 뽑아야겠다는 얘길 나누면서도, 지역 발전은 나 후보가 낫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나 후보가 낸 교통 공약이 솔깃하긴 하다"고 밝혔다.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에 나 후보는 지역맞춤 후보로 자신을 소개하며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나 후보 명함에는 지역 현안과 관련된 공약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과학중점학교 설치와 학군 조정 등을 담은 '교육특구 동작'을 포함해 버스노선 신설·연장 등 교통정책을 담은 '사통팔달 동작', 문화·체육시설 인프라를 15분 이내 거리에서 즐길 수 있게 하는 '15분 행복 동작' 등이 대표적이다.
나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밑바닥 민심은 좋다고 느낀다"며 "만나는 시민들도 '동작을 지킨 사람이 동작을 다시 맡아야 한다'거나, '정권 심판이 우리 동네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말씀을 주신다"고 강조했다.
류 후보도 이날 자정을 기해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섰다. 류 후보는 경찰 출신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지역구 방범 순찰을 돌았다. 이후 류 후보는 소방센터를 방문해 근무자들을 격려한 후 인근 지하철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작을 지역구는 민주당 차원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이는 지역구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후 이날까지 동작을만 4차례(13일, 24일, 26일, 28일) 방문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날 남성역 인근에서 유세차에 오른 이 대표는 현장에 모인 시민과 지지자들을 향해 "류 후보를 부탁드린다"며 "지금 류 후보가 딱 3표가 부족하다고 한다. 한 분이 3표씩만 더 모아주시면 너끈하게 이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류 후보는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심판이 필요하다"며 "제가 동작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에 책임이 있는 나 후보를 이겨서 제대로 심판하겠다"고 역설했다.
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남성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대길(72)씨는 "오는 손님마다 '막상막하'라는 얘기는 한다"면서도 "더 이상 정부가 잘못해 놓고 사과도 안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심판 차원에서 류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당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김다현(29)씨는 "나 후보가 국회의원이었을 때 지역이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며 "이번 총선은 지역 발전을 떠나서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못하기 때문에 여당에 투표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정부 심판론'을 앞세우는 한편, 동작에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류 후보는 명함에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하여 무도한 정권에 맞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 밑엔 사당·이수·남성역세권 '상업벨트 확대'와 초중고 및 대학교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교육특구 조성', '이수-과천 대심도 복합터널 조기착공' 등의 공약을 적었다.
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역 민심에 대해 "나가서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 심판 의지가 아주 강경하다"며 "(비율이) 체감으로는 7대3정도 되지만, 선거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지금 판세는 이겨도 1000표 차이, 져도 1000표 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를 넘나들며 초접전 양상이다. 리서치뷰가 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로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500명, 무선 ARS, 응답률 6.4%,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p) 결과를 보면 나경원 후보는 46.3%, 류삼영 후보는 45.9%로 오차범위 내 0.4%p 격차로 초박빙이었다.
여론조사업체 케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지난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500명, 무선전화면접, 응답률 11.6%,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p)에선 나 후보가 44%로 류 후보(34%)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다만 '정부 지원론'(41%)과 '정부 견제론(49%)'을 두고 재차 묻자 표심이 역전됐다.
가장 최근(HCN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진행, 표본 501명, 무선 ARS, 응답률 7.7%,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p)여론조사에서는 나 후보가 49.3%, 류 후보가 42.6%로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인용된 각각의 여론조사 관련 기타 상세한 사항은 중앙선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