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국면 역할 늘리는 유승민···차기 당권 겨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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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국면 역할 늘리는 유승민···차기 당권 겨냥하나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4.04.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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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총선 유세···당권 도전 '몸풀기' 해석
여당 참패 시 '유승민 당권론' 불붙을 듯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이 31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이용호 국민의힘 서울 서대문갑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이 31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이용호 국민의힘 서울 서대문갑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친윤석열(친윤)계와 대립하면서 당 중심에서 멀어졌던 유승민 전 의원이 총선 국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거 유세를 돕고 있는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원톱 체제'의 총선 전략이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이 총선 후 당권 획득을 위한 초석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경기 화성정 유경준 후보를 시작으로 접전·열세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까지 △이종철(서울 성북갑) △최재형(종로) △함운경(마포을) △이용호(서대문갑) △박경호(대전 대덕) △이상민(유성을) △윤소식(유성갑) 후보를 도왔으며, 다른 후보의 요청이 있을 시 유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당의 요청이 아닌, 유 전 의원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이뤄졌다. 총선 국면에서 '정권 심판론'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민의힘에도 참패 위기감이 부상하고, 이에 당 일각에서는 중도층 소구력을 가진 유 전 의원을 수도권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자 행보이긴 하나 유 전 의원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게 여권 내 시선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2일 한 위원장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고, 나경원·안철수·원희룡·윤재옥 후보를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중앙선대위를 꾸렸다.

한 위원장을 원톱으로 하고 선거 경험이 많은 중진들로 하여금 한 위원장을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선대위를 꾸렸지만, 나경원·안철수·원희룡 후보의 지역구 선거가 박빙 내지 열세로 흘러가면서 계획이 꼬였다. 지역구에 묶여 있는 공동 선대위원장들보다 유 전 의원이 더 폭넓은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유 전 의원의 행보는 골 깊은 친윤 인사들과의 악감정을 뒤로 했다는 점에서 더 이목을 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유 전 의원은 여당 인사로선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을 고강도로 비판해 왔다. 이에 국민의힘 주류로 부상한 친윤계는 그를 '집단린치' 수준으로 공격했고, 유 전 의원은 자연스럽게 당 중심에서 멀어졌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초반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됐으나, 당시 친윤계가 김기현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며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그런 유 전 의원이 자의로 총선 유세를 돕자 당 안팎에선 "훌륭한 선당후사"라는 격려와 함께 "유 전 의원이 총선 후 당권을 염두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유 전 의원이 총선 직후 전면 등장을 위해 '몸풀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지지율 추이가 이어질 시 여당의 총선 대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범야권에 탄핵과 개헌 저지선인 200석까지 헌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럴 경우 현 여당 지도부는 물론, 정부와 대통령실 인사들까지 대상이 되는 대규모 쇄신이 예상된다. 조해진 국민의힘 경남 김해을 후보자는 "만약 총선에서 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심판론'으로 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여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친(親) 대통령 성향의 인사보단 소장파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불신받는 정부와 한 몸이 되어서는 빠른 지지율 회복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차기 당권 주자로 유 전 의원이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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