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난 3~4년간 ‘영끌’ 매수가 두드러졌던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을 중심으로 ‘패닉셀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미국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폭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가운데 최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등 주요 인사가 잇달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최근 발발한 이란·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유가·물가 상승세가 더해질 경우 금리인하 시점이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 시장에선 대출금리에 민감한 '영끌족'들의 매수가 많았던 노도강 등을 중심으로 급매가 늘어나는 등 집값 하락세가 심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전용 68㎡의 경우 지난 2일 7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9월보다 55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인근 상계주공6단지 58㎡는 지난 3월, 1년 전 보다 8900만원이 떨어진 5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도봉구 창동2차현대 84㎡은 지난는 7억1300만원에 매매됐다. 7개월 사이 5000만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9월 매매가 8억1000만원을 기록한 창동삼성레미안 84㎡은 이번달에 3000만원 더 떨어진 7억8000만원에 팔렸다.
강북구 에스케이북한산시티 59㎡는 5개월 만에 4500만원이 하락한 5억50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길음뉴타운4단지 84㎡는 1년 새 6500만원 떨어진 8억1500만원에 매매됐다.
노원구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동안 지역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금리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면서 영끌했던 젊은이들이 쥐고 있던 물량에 대한 급매 문의가 늘고 있다”며 “공사비가 뛰고 재건축 소식은 잠잠해지면서 전체적으로 버티고 버텼던 집들이 급매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택 매매가 하락에도 전월세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등 청년층의 주거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전세 및 월세 가격은 각각 0.19%, 0.15% 상승했다. 전세는 작년 7월 이후 9개월 연속 올랐고, 월세는 8개월 동안 상승세를 탔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중계·월계·하계동 역세권 위주로 전세는 0.57%, 월세는 0.30%가 상승하면서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현재 전세가 상승은 매매 수요층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매매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특정 용도 대출의 조건을 완화하거나 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을 낮춰서 주택 매매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