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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산업연합포럼 자료를 보면 2021년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섰다. 2022년에는 16만4000대를 찍었다. 지난해 판매량은 다소 주춤한 16만2000대를 기록했지만 전기차 보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전세계 보급 속도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1월 동안 세계 각국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1242만7000여대로 전년 대비 38.6% 상승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7.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대중화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업계는 아직 산업 전환기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전국 3만3000여 정비사업소(카센터)는 현재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회원사는 1만8000 곳으로 지금까지 주로 가솔린차와 디젤차 등을 정비해 왔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완성차 정비 기술과 노하우를 독점하면서 전국적으로 대형 서비스센터를 확장하면서 영세 정비사업소는 시장 경쟁력을 잃고 있다. 대도시나 중소도시를 비롯해 영세 정비사업소의 폐업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전기차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대형 제조업체와 영세 정비사업소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자금 지원, 제조사의 기술 전수 의무 강화 등 정부 정책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토교통부 고시를 보면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차 업계 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수입차 업계에서도 전기차의 정비 정보를 공개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은 정보 공개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정부뿐만아니라 정계의 관심이 절실하다.
게다가 현재 일선 전문정비업소는 미래차 산업전환을 대비하기 위한 미래차 정비시설이 전무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전체 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연기관차의 배출가스를 관리하는 동시에 미래차 정비를 병행할 수 있는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먼저 지자체별로 각각 1개의 미래형 정비업소를 시범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내연기관차의 배출가스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미래차 정비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정부는 노후 경유차(디젤차) 조기폐차 정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량의 연식만 고려해 무문별한 폐차를 지향하고 있지만 주행거리나 관리상태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회는 전문정비업소를 대상으로 산업현장에서 요구화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현실적인 상생 방안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