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접근성과 인재 유치 등 안착 위한 현실적 대안 필요성도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부가 규제자유특구와 글로벌혁신특구 등을 구축해 지역양극화 해소에 나섰지만, 성장 인프라 조성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특구를 전국에 구축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춘 산업을 육성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까지 확보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키우고 유망 신산업까지 확대하는 전략이다. 다만 아직 성장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을 꾀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도권 과밀 현상이 지속되는 추세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청년층이 사라지고 있으며, 고령화 현상도 심화됐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인구가 소멸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으로는 지역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민간의 도움 없이 정부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에, 기업 운영을 위한 발판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월 30일 서울청사에서 제13차 특구위원회를 실시했다. 글로벌혁신특구(강원‧부산‧전남‧충북)를 최초로 지정하고, 제9차 규제자유특구(경북‧경남‧대구‧충남) 등을 신규 지역으로 포함했다.
글로벌혁신특구는 첨단 분야 신제품·서비스 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되고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실증이 이뤄지는 한국형 혁신 글러스터다. 이날 특구위원회에서 최초 지정된 지역 및 산업은 △부산 차세대 해양모빌리티 △강원 AI 헬스케어 △충북 첨단재생바이오 △전남 에너지신산업 등이다.
그간 산업계에서는 신산업의 활성화 차원에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요청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명시하는 규제를 뜻한다. 신산업에 진출한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적으로 명시한 행위만 피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규제자유특구는 지역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서비스 개발을 위해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고 실증특례, 임시허가 등의 규제특례를 허용하는 구역이다. 지난 2019년 최초로 도입된 이후 비수도권 14개 시‧도에 총 34개가 지정됐고, 현재 28개 특구가 운영 중이다. 그간 실증기간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했다. 규제자유특구의 실증특례 유효기간을 현행 최대 4년에서 6년까지 확대했다.
해당 특구들은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신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으로 기업을 유치할 뿐 아니라 청년 인력까지 동시에 지역에 거주하게 되는 구조가 특징이다. 강원의 경우 지역 특성상 의료기관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AI 헬스케어 부문 특구로 설정됐다. AI를 바탕으로 지역 거주민들의 자체적인 건강 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자체의 자체적인 노력이 존재하지만, 투자자의 접근성은 여전히 난제로 꼽힌다. 국내 창업기업들은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사업 초기 기획단계부터 투자자와 소통하며, 데스밸리(창업 4~7년차)를 지나 상업화 단계까지 진입해야 시장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와의 밀접한 소통을 위해서는 투자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투자자와 특구 내 기업의 매칭을 유도할 수 있지만, 결국 투자자가 관련 지역에 상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특구와 규제자유특구는 창업기업의 지역 유입을 견인할 제도라는 사실에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민간 투자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수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혁신특구에서는 해외 투자자의 진입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국내 업체의 투자를 받아야 내수 시장에서부터 단단한 기반을 닦을 것”이라며 “특구 내 기업들이 수도권 투자자와 소통하기 위한 수도권 공용 사무실 지원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산업뿐 아니라 인력 유입도 난제다. 지역에서 창업하는 만큼, 지역 인재 활용 방안이 요구된다. 상대적으로 역량을 가진 청년 인재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창업단계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유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년 및 고급인력을 유도하기 어렵다. 정부 및 지자체가 특구 내 기업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도 요구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와 인력 등 지역에서의 창업은 다소 불리한 여건을 가졌다. 이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에서의 노력만으로는 해소가 어렵다”면서 “혁신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자금‧인력‧인프라 등 요소를 고루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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