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비선 의혹'에 "이재명과 직접 연락" 기존 입장 고수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위원장직 사퇴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오해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영수회담 관련 이른바 '비선 논란'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 참모를 통해 한 전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우리 비서실장, 또 원내대표, 한동훈 위원장 이렇게 점심 먹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바로 그 문제 풀었다. 해소를 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 위원장은 정치 입문 기간은 짧지만, 주요 정당의 비대위원장 겸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했기 때문에 이제 정치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 전 위원장과의 오찬이 불발했는데 다시 만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저와 20년이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동훈 위원장을 언제든 만날 것"이라며 "아마 선거 이후에 본인도 많이 좀 지치고 또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아 부담을 안 주고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해서 (안 만나고) 있지만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논란들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성사 과정에서 '비선'이 가동됐다는 문제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는 "회담 협상은 공식 채널을 거쳤고 거창한 특사나 물밑 라인은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7일 한국일보는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전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이 영수회담에서 비공식 특사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함 원장과 임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총리 추천을 요구했고, 이 대표의 경쟁자가 될 만한 인물은 대통령실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사 등을 전했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들을 다수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결정해 직접 이 대표에게 전화했다"고 밝혔고 이 대표 역시 "영수회담 관련해서는 비서실장이 용산과 협의하고 진행한 것이 전부"라며 비선 주장을 일축했지만, 여야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며 쉬이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사전 협의가 좀 몇 차례 이뤄지다가 잘 안 돼서 전격적으로 이 두 당사자, 야당 대표하고 대통령께서 직접 만나신 게 아니겠느냐"며 "그 과정에서 (비선이) 조금 부수적인 역할은 한 게 있지 않겠나 짐작해볼 뿐이다. 전혀 없는 걸 얘기했을 리는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성 새로운미래 수석대변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굉장히 구체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비선라인 가동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 당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서 하루 빨리 명료한 답변을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