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세사기 우려에 무너지는 주거사다리
상태바
[기획] 전세사기 우려에 무너지는 주거사다리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4.05.13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빌라 전세 선호도 하락에 아파트 전세 자극
수요 회복 위해 무주택 기준서 빌라 제외 필요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전세사기 여파로 그간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했던 빌라의 거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들의 주거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빌라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거래량은 총 13만9340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아파트 거래는 10만56776건으로 지난 5년 평균보다 24.5% 낮아졌다. 비아파트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3만3663건이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는 지난 5년 평균치 비해 45.3% 줄어든 것이다.
비아파트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빌라 가격에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3월 빌라매매가격지수는 98.2로 5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매매 시장에서 빌라 선호도가 낮아자 임대차 시장에서도 빌라의 전세 거래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한 바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2만366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 비중은 거래량은 46.9%를 차지한 5만7997건을 기록했다.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전월세 거래 중 빌라와 단독주택의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20년 61.6% 수준이었다. 이후 해마다 비중이 줄어들어 △2021년 58.0% △2022년 50.3% △2023년 47.6% 등을 기록했다. 특히 올 1분기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을 36.3%에 불과했다. 전세사기의 여파로 빌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낮은 빌라 선호도는 아파트 전세가를 자극해 서민들의 주거 불안정을 가속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전세가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81.8%이었지만 올해에는 65.7%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가 6~9억원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14.3%에서 25.0%로 증가했다.
2011~2024년 1분기 서울 전월세 거래량 및 전세 비중.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그래프=경제만랩 제공
2011~2024년 1분기 서울 전월세 거래량 및 전세 비중.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그래프=경제만랩 제공
이에 최근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법을 논의하는 등 빌라 전세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고자 노력 중이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피해자지원특별법’ 개정안 등이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법안 통과 이후 빌라 선호도가 예전 수준을 회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세법과 청약제도를 개편해 빌라에 대한 선호도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현행 세법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들을 유지하고 있어 소위 말하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파트와 비 아파트 간의 가격 양극화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빌라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양극화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빌라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빌라에 대한 다주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소장은 “사회초년생과 2030세대 입장에서는 빌라를 구입하는 순간 청약 무주택 기준에서 탈락하게 된다”며 “빌라를 내 집 마련의 발판처럼 삼기 위해서는 무주택 청약 조건에 있어서 빌라를 제외시키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정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전세 보증을 강화하는 방향과 세제 해택 등 예상되지만 해당 정책으로는 빌라 거래 활성화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하며 “인위적 부양을 목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해당 제도를 악용할 여지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