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폐업·부도 급증···“PF 선별 우려 현실로”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가 체감하는 불황의 온도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주요 대기업들은 불황에도 굴하지 않고 해외 및 플랜트 사업 등을 통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보이며 우려를 털어내고 있다. 반면 사업 기반이 취약한 중소건설사는 원가 급등과 분양 사업 적자로 줄도산·줄폐업 나락에 빠지는 양상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1분기에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외형 성장세를 유지했다. 시공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올라 수익성은 하락했지만 대체로 당초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시공능력 1위 기업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5조5840억원, 영업이익 33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시공 실적 등에서 업계 맏형 격인 현대건설도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41.7% 늘어난 8조5453억원의 매출과 44.6% 증가한 250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견고한 실적 성장을 이뤘다.
이외 5대 건설사로 꼽히는 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 등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전반적인 실적 우상향 기조는 유지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해외에서 대형 수주 잭팟을 잇달아 터뜨리면서 해외사업 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가 하면, 신사업부 총괄부서를 증설·강화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발주한 파딜힐리 가스전 프로젝트에서 각각 60억 달러(8조원), 12억2000만 달러(1조6000억원)을 수주했다.
이 밖에도 올해 상·하반기에는 사우디·오만 등 중동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투르크메니스탄 등 아시아권과 불가리아·체코 등 동유럽 등지에서 국내 기업들이 노리는 대형 입찰 건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기대감도 여전하다.
반면 지방 주택사업 위주의 사업 기반과 취약한 재무구조를 가진 중소건설사 및 하도급사들은 고금리와 불황에 속수무책인 양상이다.
건설지식정보시스템(KISCON) 집계를 보면, 올해 1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총 12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한 수치다. 부도업체는 비교적 규모가 큰 종합건설사가 2곳이었고, 소형 업체가 많은 전문건설사는 10곳에 달했다.
같은 기간 자진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전국에 걸쳐 203곳에 이른다. 여기에 전문건설사까지 더하면 폐업 공고를 낸 건설사는 1377곳이다. 이는 2014년(1702곳)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난 13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성 평가 강화 및 선별 지원 방침을 더욱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따른 지방·외곽 사업장 지원 배제와 중소건설사들의 추락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견건설사 A 관계자는 "PF대출 만기 연장을 통해 연명하는 현장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정부가 수조원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발표로 인해 지방 소규모 단지나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등 분양 기대가 현저히 낮은 현장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부실 사업장들이 한꺼번에 정리되면 해당 시행사 및 시공사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침체된 건설업황을 개선하기 위한 선별 대책이지만 과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