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합종연횡 가속화…자체 AI칩 설계 등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로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자체 AI칩 개발에 나서며 주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AI 반도체 동맹 구축에 나서거나 가성비·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을 갖춘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는 등 개발 경쟁 움직임이 활발하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70억달러 수준에서 2030년 1400억달러 규모로 20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자 주요 빅테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등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AI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승기를 잡기 위한 '탈(脫) 엔비디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고객들에게 AMD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MI300X 가속기 기반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300X은 엔비디아 고성능 AI칩인 H100과 경쟁하는 제품이다. AI를 중심으로 설계된 PC인 '코파일럿+PC(Copilot+ PC)'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AMD, 인텔, 퀄컴 등의 칩이 들어갔다.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인 GPT-4o도 탑재됐다. 23일까지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는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코발트 100'도 공개할 예정이다. 코발트100은 고성능 컴퓨팅 작업용 중앙처리장치(CPU)다. MS는 코발트 100에 대해 암(ARM) 기반 칩셋보다 최대 40%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구글도 최근 구글의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인 6세대 텐서처리장치(TPU) '트릴리움'을 공개했다. 구글은 딥러닝에 특화한 칩 TPU를 자체 설계해 사용하고 있다. 이전 버전인 TPU v5 대비 성능은 4.7배 향상되고 에너지 효율은 67% 더 높다는 설명이다. 6세대 TPU부터 HBM 용량과 대역폭을 두배 늘렸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TSMC와 애플의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구동할 수 있는 AI칩을 개발 중이다. 애플이 설계하고 TSMC가 생산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AI 모델 훈련·추론 중 추론기능에 적합한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대만 TSMC의 웨이저자 CEO 등 주요 경영진을 비공개로 만나 AI 반도체 분야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데이터 서버용 AI 반도체를 TSMC의 2나노 등 첨단공정으로 생산하기 위한 의견 등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함께 AI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인 '마하-1'칩을 개발 중으로 연말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규모언어모델(LLM) 용 AI 칩이다. 이를 위해 사내외에서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마하 시리즈 개발을 맡을 'AI SOC(시스템온칩)' 팀을 꾸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시장 재편 속 주요 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해당 시장은 오픈AI·Arm·소프트뱅크 등 후방시장과 엔비디아·AMD 등 반도체 공급자, TSMC·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반도체 생산자, MS·구글·아마존·메타 등 서버·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 등으로 분류 가능하며 이 중 후방시장 업체들의 전방시장 진출을 위한 연합전선 구축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