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감소에도 미분양↑…부도·줄폐업 '악순환'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서울·인천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고 거래량이 느는 등 부동산 시장 회복과 관련된 지표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반면 분양 물량 감소에도 미분양 가구와 준공 후 미분양이 불어나는 등 실제 건설업황은 일부 상위 기업을 제외하면 껍질만 있고 속이 텅 빈 쭉정이를 닮아가는 형국이다.
27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부도 건설사 수는 총 14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곳)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2019년(25곳) 이후 최대치다.
부도 처리된 업체는 비교적 규모가 큰 종합건설사가 3곳이었고 전문건설사는 11곳이다. 등록 지역별로는 부산이 4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경기·대구·울산·광주·경남·경북·전남·전북·제주에서 각 1곳씩 발생했다.
1월 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폐업 신고된 건설사는 1284곳(종합건설사 187곳 포함)에 달해, 업황 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동기(1221곳, 종합건설사 157개) 대비 각각 5.2%, 19.1%씩 늘었다.
이 같은 건설사 부도·폐업 증가는 자금 회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양 침체에 기인한다. 최근 수개월째 평년 대비 분양 물량이 크게 줄었지만, 청약률은 낮아지고 미분양 가구 수는 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1만8000가구로 석 달 연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는 작년 월평균 분양 물량(1만7000만가구)보다 4.7% 많지만 최근 5년 월평균 분양(2만8000가구)보다 33.5% 낮은 수준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3대 1에 그쳐 지난해(10.8 대 1) 평균치를 크게 하회했다.
반면 입주 시점이 지났음에도 미분양으로 남아 '악성 미분양'으로 일컫는 준공 후 미분양 가구는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에 걸쳐 1만2194가구로, 한 달 새 2.8%(327가구) 증가하는 등 작년 8월부터 8개월째 늘고 있다. 동기간 전체 미분양 물량은 6만4964가구다.
건설·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통한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연초에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들이 사실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올 초 1.10 부동산 대책에서 미분양 해소를 위해 향후 2년간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종부세 등의 산정 과정에서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고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전용면적 85㎡·분양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내년 말까지 최초로 매수 할 경우, 해당 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또한 1주택자가 올해 미분양 가구를 최초로 매입하면 여러 채를 사도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해소와 건설사 경영난 해소를 위한 추가적인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추가 세제 완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며 "양도세 면제 등을 통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 미분양 물량을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