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 간 이견이 컸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다수당인 야당이 주도하면서 예상대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반대 입장을 보였던 만큼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가 본회의 개최 하루 전에 전세사기 피해 지원 관련 자체 대책을 내놓으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재적 의원 296인에 재석 의원 170인 중 찬성 170표로 가결됐다. 여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대통령령이 정한 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도록 하는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바 있다. 부의안 가결은 본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그간 야당은 전세사기 사건 발생 이후 이달까지 피해자 8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신속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개정안 처리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막대한 재정 소요는 물론, 국민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반대했다.  여야는 해당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최근까지도 대립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통과를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여당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재정 소요가 있을 것처럼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해 "무주택 서민들의 청약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것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개인 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하는 데 따른 문제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여야 대립 끝에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정부는 야당의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온 만큼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정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 전날인 지난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을 별도로 내놓으며 야당에 맞불을 놨다. 정부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에서 낙찰받아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 '10+10년'간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자체 대책 마련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 지원 방안을 발표한 이날 '선구제 후회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야당 방안과 관련해 "혼란과 불편을 가중할 수 있고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