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몫으로···'정쟁' 대신 '협치' 시급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21대 국회가 29일로 문을 닫으며 법안 약 1만6300여 개가 대거 폐기된다. K칩스법과 연급개혁안 등 시급한 과제마저 정쟁으로 인해 폐기되며, 22대 국회는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지난 4년간 법안 발의 건수는 2만6851건이다. 20대 국회의 2만4141건보다 1716건 증가하며 역대 최다 발의 건수를 기록했지만, 통과된 법안은 35.3%에 불과한 9479건이다. 심지어 원안·수정 가결된 법안의 건수는 11.4%에 불과한 2963건으로 역대 최저의 법안 가결율을 기록했다. 법안 가결률은 17대 25.5%를 기록한 이후 줄곧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21대에서 폐기되는 주요 법안 중에는 금융사 부실에 대해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과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일명 'K칩스법', 인공지능(AI)에 대한 개념 규정 및 산업 육성을 위한 'AI 기본법' 등 민생, 경제산업 지원 법안 등이 존재한다.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도 야당이 특검 강행 등을 요구하고 이에 여당이 법안 심사 '보이콧'을 선언하며 결국 임기 내 통과가 좌초됐다.
이외에도 꼭 입법돼야 하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법안들도 22대 국회로 이월됐다. '연금개혁'이 대표적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가 '더 내고 더 받는(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안을 내놓았지만 이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21대 국회 내 입법이 좌절됐다.
연금개혁안이 22대 국회로 넘겨지면 연금특위 위원 구성부터 재시작하는 등 원점부터 논의가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또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가 진행되면 제대로 논의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거대 양당의 다툼으로 좌초되는 민생 입법안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을 만드는 '고준위방폐법', 부모 육아휴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모성보호법'도 모두 폐기된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는 '정쟁'을 극복하고 '협치'를 통해 국회가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원 구성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있어 개원 초부터 여야 갈등이 최고조 상황이기 때문에, 협치가 난망하다는 우려도 역시 나온다.
최진녕 변호사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특히 민주당이) 잘 나갈 때 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좀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만 따라서 폭주의 끝을 보면 국민에게도, 민주당에게도 불행할 것"이라며 "(양당이) 좀 더 큰 틀에서 합의를 한다면 정말 22대 국회가 21대 국회와는 다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