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단체 “내년부터 대학 총장 상대로 민사소송 제기할 것”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정갈등이 의대교수 단체와 대학 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내년도 의대 입학을 목표로한 수험생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장기화하며 집단 유급이 현실화되자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대학들과 의대교수 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양측의 목적은 같지만, 대응 방안엔 큰 차이가 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단체 회장이 내년부터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생 집단 유급이 이뤄지고 내년 초 빚어질 학습권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본래 전의교협은 정부의 의대증원 2000명 산출에 마땅한 근거가 없다며 법원에 행정절차 중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의대교수는 해당 문제에서 원고 적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두번 모두 신청을 기각하면서, 법적 투쟁 명분이 사라졌다. 이에 김 회장은 "내년부터 2차전으로 총장을 대상으로 해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부터 학생들이 유급되고 그 다음에 1학년이 들어오게 되면 (학생들의) 수업권과 학습권이 침해 받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그렇게 되면 총장에게 책임을 묻고 구상권을 청구해서 '쪽박'을 차게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덧붙했다. 한편,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23개 대학은 오늘 오후 4시 온라인 화상회의를 열고 의대생 복귀 방안을 논의했다. 의대증원으로 의정갈등이 촉발된 이후, 의대를 보유한 대학 총장이 관련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타 대학 총장에게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참여 대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홍 총장은 "정치적인 행위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발버둥"이라며 "교수들에게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한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총장들이 모여서 호소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양측의 대안이 수업거부 휴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졌을 뿐, 신입생에 대한 처우는 뒷전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수험생 학부모는 의대교수 단체를 향해 “증원을 두고 ‘학습권 침해’라고 칭하는 것은, 신입생이 재학생의 걸림돌이 된다는 소리”라며 “교수들이 재학생과 신입생 간 ‘진영 갈라치기’에 앞장서는 꼴”이라고 말했다. 휴학 중인 S대 의대생은 “대학의 대처가 참 위선적이다. 의대생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증원을 기어코 수용하더니, 이제 와서 휴학생의 마음을 어떻게 돌리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선배도 없고, 교수도 없는 상황에 내년도 신입생들만 불쌍하게 됐다”고 지적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