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 길거리에서 못 보는지 알아? 나처럼 다른 장애인 가족들도 영희 같은 애들 시설로 보냈으니까. 한때 나도 같이 살고 싶었어. 근데 같이 살 집 얻으려고 해도 안 되고, 일도 할 수 없고…."

지난 2022년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발달장애인 쌍둥이 언니를 둔 '영옥(한지민 분)'의 대사입니다. 영희는 시설에서 나와 살고 싶지만, 극 중 영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유일한 가족인 영옥은 영희를 주거시설에 보내거나 아니면 홀로 '독박돌봄'을 하는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그리고 결국 영옥은 어쩔 수 없이 영희를 다시 주거시설로 돌려보내면서 현실에 절망합니다.

현실 역시 드라마와 똑같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장애인을 시설에 보내거나, 고통스러운 독박돌봄 이 두 가지 이외의 선택지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국가는 주거시설을 통해서 값싸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그것이 싫은 가족들은 가족들의 독박돌봄을 통해 감당해야 했죠.

그 독박돌봄의 결과는 참담합니다. 2022년 3월 수원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8살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달 시흥에서도 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20대 발달장애인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또 같은 해 5월엔 안산에서 20대 발달장애인 형제를 돌보던 60대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경기도에서 독박돌봄에 지쳐 절망하는 사회적 참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제일 먼저 그 참사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찾아 다짐했습니다. 이 참사의 굴레를 반드시 끊겠다고요.

작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를 입법예고하고, 관련된 입법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찬성하시는 분들과 반대하시는 분들을 모두 만났고, 반대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넘는 숙의 기간을 거쳐 올 6월 경기도의회 제375회 정례회에서 15분의 의원님과 함께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 공공임대주택, 자립정착금, 활동지원급여, 공공일자리, 장애수당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탈시설을 선택한 장애인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를 발의했습니다.

반대하시는 분들은 이 조례가 제정되면 곧바로 시설이 폐쇄되거나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강제로 퇴거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주어진 예산의 한계로 인해 시설에서 나오고자 하는 장애인들이 현재 관련 조례와 제도가 없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은 시설에서 나오고자 하는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희 역을 맡은 정은혜 배우의 어머니 장차현실님은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장애의 불행을 온전히 가족과 장애인 개인에게 떠넘기는 국가의 불충분한 지원정책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기도청 앞에는 잇따른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참사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장애인들과 가족들의 뜻을 모아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해 온 힘을 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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