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 비대위원장, 무기한 휴진에서 일주일 휴진으로 기간 축소
18일부터 전국 의대교수 단체 및 의협 휴진 대열 합류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이 오늘부터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의대증원 재조정 등 조건을 정부가 수용하면 휴진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 등 100여명이 서울대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 모여 다시 한 번 전면 휴진을 단행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휴진 기간을 기존 '무기한'에서 17~22일까지 일주일로 축소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이번 주만 휴진하고, 다음 주부터는 휴진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약없는 휴진으로 국민의 거센 비난에 직면하자, 비대위가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휴진은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의대교수들의 동참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의협보다 하루 앞선 17일부터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인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들은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휴진에 돌입한다.
이날 비대위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취소 △현장 의견 반영이 가능한 상설 의·정 협의체 △2025년도 의대정원 재조정 등을 정부가 수용하면 휴진을 철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협이 전날 요구한 휴진 철회 조건과 같다.
다만 비대위가 휴진 기간을 일주일로 줄이면서, 우려할 수준의 의료공백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기자들의 질의에서 “이번 주만 휴진하고, 다음 주부터는 현재 휴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도 휴진을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제까지나 휴진할 수는 없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지 않겠나”고 대답했다. 비대위가 생각했던 휴진은 정기 환자와 정규 수술 중에서 미룰 수 있는 건 미루자는 것이었다며, 필요한 분들은 모두 오셔서 진료받기 바란다고 부연했다.
비대위가 산하 병원 소속 교수들의 휴진 참여 현황에 대한 임상과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교수 529명이 17∼22일 외래 휴진 또는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조치를 실시했다. 이는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교수 967명 중 54.7%에 해당한다. 수술장 예상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임상과 20개 모두 휴진에 참여할 예정이다.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 529명을 포함해 전체 교수의 90.3%인 873명이 의료계에 대한 존중과 올바른 의료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 휴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일부 환자들은 이미 병원으로부터 장기 처방전을 받았거나, 진료 일정이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집단휴진은 내일부터란 점이다. 전국 40개 의대교수 단체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8일 예정된 휴진 및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연세대 의대·병원은 2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을 결의했다.
이에 정부는 각 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다. 또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전국 단위의 중증응급질환별 순환당직제를 실시하는 한편, 대학병원장들에게 교수 집단 휴직으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집단휴진은 당초 의협이 먼저 예고했던 사안으로, 이번 집단행동에 의대교수에 이어 개원의까지 합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개원의를 대상으로 지난 10일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을 발령하며, 18일 진료를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당일 휴진하려는 의료기관은 지난 13일까지 신고해야 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총 1463개소로 전체 명령대상 의료기관의 4.02%로 확인됐다. 일단 개원가에선 집단 휴진을 단행하는 병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서울 중구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지역이나 전문 분야에 따라 개원가 휴진 참여율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소아과 등 필수의료 병원은 지역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휴진 결정이 쉽지 않아 참여율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정부의 경고에도 전공의와 의대교수들의 현장 이탈을 막을 수 없었던 만큼, 휴진신고 통계보다는 많은 개원의들이 집단행동에 참여할 수 있단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