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당론인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25일 민주당 소속의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법안 내용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충분히 토론됐다"며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인데 다른 독임제 기구처럼 착각해 발언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여당의 반발을 일축하고 법안 의결을 주도했다.
이날 의결된 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 외부에 부여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이 진보 진영의 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목적으로 발의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방통위법이 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5분의 4까지 늘리도록 하면서 다른 위원회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야 간 거센 충돌이 발생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법안 처리에 앞서 여당 간사 선임과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정 위원장은 유 의원에게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며 발언에 주의를 주었다. 이에 유 의원이 "위원장님 성함은 어떻게 되느냐"고 맞받아치며 희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여당 간사로 내정된 유 의원은 "해당 법안들이 22대 국회 들어와서 전혀 토론도 논의도 안 됐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재적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다른 위원회와 방통위의 체계가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추가 대체토론 및 법안2소위 회부를 통한 체계 자구 심사 등을 거듭 요구했지만 정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의사진행을 도저히 할 수 없게끔 의사를 방해할 경우 국회법 145조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발언중지권과 퇴장권까지 행사하겠다"고 경고했고,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원 발언이 적절하지 않으면 퇴장시킬 수 있다고 의사 진행하는 위원장은 처음 본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여당이 정 위원장의 일방적 진행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모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은 4개 법안을 차례로 처리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칠 전망이다.
앞서 4개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마찬가지로 야당 단독 의결을 통해 지난 28일 처리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통상 법률 제·개정안을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법안의 숙려 기간 없이 곧바로 전체회의에 심의하도록 결정함으로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