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뉴섬·피트 부티지지 등 경쟁자들도 공개지지
남은 시일 '촉박'…지지세 총결집 위한 진용 구축 '시급'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출마를 공식 포기함으로써 민주당 대선 후보직이 공석인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임으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해리스 부통령을 후임으로 지목한 이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중진들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대한 자긍심과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낙관론으로 나는 해리스 부통령을 미국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며 "나는 그녀가 11월 대선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을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당초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와 함께 새 후보를 경선을 통해 뽑자고 주장했던 바 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발표와 함께 "해리스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고 말했을 때도 펠로시 전 의장은 사퇴 결단을 환영하는 메시지만 남겼다. 하루 만에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해리스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전날 SNS에 "해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펠로시의 경쟁자로 꼽히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 주요 인사 대부분도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러한 민주당 내 해리스 지지 분위기는 다양한 후보 간 각축전이 벌어질 경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잃을 것이 많고 얻는 것은 불확실한 '경선' 방식 대신 안정을 도모하며 민주당 결집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추대'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사퇴 이후 첫 대중 상대 공개 연설에서 "앞으로 다가올 몇주간 나는 여러분들과 함께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이 나라를 단결시켜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선대본부에서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면서 "이번 선거운동에서 나는 자랑스럽게 내 경력을 그의 경력에 맞서 부각할 것"이라며 대선 승리를 약속했다.
그는 자신이 검사 시절 성추행 사건들을 전담했다며 성추행 의혹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대로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 검사 시절 부패 사범들을 단죄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석유 산업 로비스트들에게 선거 자금 기부를 요구한 사실을 직격했다.
민주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임신중단권(낙태권) 보호 역시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여성을 학대하는 '포식자', '사기꾼' 등으로 칭하며 "만약 트럼프가 기회를 얻으면 그는 모든 주에서 임신중단을 불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생식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화로 선대본부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카멀라 해리스의 당선을 돕기 위한 선거운동에 참여할 것"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도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는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AP통신은 이날 저녁 현재 자체 설문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의원 가운데 최소 2668명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단순 과반)인 1976명을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뉴욕타임스(NYT)도 AP 집계를 인용해 "해리스가 대의원 과반을 거머쥐었다"면서 "그는 레이스 하루 만에 (대선 후보 지명에) 다가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