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같은 날 레바논 공습도
'반 이스라엘' 전선 구축 우려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된 사실이 알려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날인 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하기도 했다. 이에 중동지역에서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날 하니예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하니예는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테헤란에 마련된 거처에서 휴식 도중 이스라엘의 급습을 받아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우리는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어 지명)를 해방하기 위한 전면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가 됐다"고 보복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도 살해했다. 이스라엘군은 슈크르가 지난 27일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의 축구장을 폭격해 어린이 12명을 숨지게 한 장본인이었다며 공습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란과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 '반 이스라엘' 세력의 결집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자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주요 외빈인 하니예의 살해 사건이 발생한 이란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주재하는 긴급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를 소집하고 이스라엘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국영 언론을 통해 "하니예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테헤란에서 일어난 하니예의 순교는 이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사이의 깊고 뗄 수 없는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도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그들은 '저항의 축(반 이스라엘 국가들의 총칭)' 전체와 전면전을 위해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며 "저항의 축은 적과 대결에 완전히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들은 하니예를 암살하고 이란의 주권을 공격한 죄악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공습이 보복을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특히 베이루트 공습에 대해서는 "헤즈볼라의 계속되는 침공과 잔인한 공격 때문에 레바논 국민과 중동 전체가 더 광범위한 상황 악화에 끌려들어 가고 있다"며 레바논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대한 공격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응수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우리는 전쟁을 확대하지 않고 적대행위를 해소하기를 선호한다"면서도 "이스라엘군은 어떠한 시나리오에도 완전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중동 정세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친 이스라엘'을 자처해온 미국은 중동전쟁 확산을 우려하는 세간의 목소리에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필리핀을 방문 중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를 위한 공간과 기회는 항상 있다"며 "그런 일(중동전 확전)이 벌어지기를 원치 않는다. 외교적 만남을 통해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사안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