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조달자금 76.5%가 은행…정책자금 활용 기업 13.5% 불과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내수 불황이 지속되면서 업종 간 명암이 갈리고 있다.
22일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 수출 주력 업종은 상승세가 지속되는 반면, 내수 중심의 제조 및 서비스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조업생산증가율은 올해 1월 6.1%에서 2월 10.1%로 잠시 증가했으나, 3월 2.6%로 다시 하락해 5월에는 1.6%까지 감소했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소매업 생산지수 증가율은 지난 3월 5.8%에서 4월과 5월 각 1.5%로 하락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 증가율도 1월 3.4%에서 5월 0.9%까지 떨어졌다.
내수중심 산업은 올 하반기 전망 역시 어둡다. 제조업 중에서도 내수 및 건설경기에 민감한 금속가공, 고무·플라스틱, 전기장비 분야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 역시 소비자 구매력 감소로 내수 시장 회복이 지연되며 미미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IT기기 및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반도체 산업은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 온도가 다르다. 수출기업은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의 수요가 늘어 상승세가 예상되나, 내수시장은 고금리에 따른 소비위축과 대기수요 소진에 둔화세가 예상된다.
내수기업을 위협하는 또다른 요소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전월 4.81%에서 4.85%로 올랐다. 이에 따라 중소제조업의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져, 지난 6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전월 대비 0.2포인트(p) 하락한 78.5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역시 위험요소다. 원자재 대금과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이 지출해야 할 자금이 증가해 중소기업의 추가 대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 조사에 따르면, 자금수요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원자재비 등의 구매대금 지급(83.8%)과 인건비 지급(28.6%)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주로 은행을 찾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업들의 조달자금 76.5%는 은행을 통해 이뤄졌으며, 정책자금을 활용한 비율은 13.5%에 불과했다. 올 하반기 정부가 정책금융을 확대할 예정이긴 하나, 일각에서는 기업의 건전성 문제 등이 현실화되면서 자금공급의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김진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수 시장에서 자금 이동이 경직된 상황이다. 미국 금리 인하에 따라 우리 금리가 인하되고, 환율 변화에 따라 투자 증가가 이뤄지기 전까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도 내수 기업들은 힘든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