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속도가 승부 가른다…“게임체인저 되기 위한 투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업계가 ‘자강불식(自强不息)’ 정신으로 전국 각지에 대규모 자동화된 물류센터 거점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과 함께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3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입해 물류 인프라와 설비에 투자하고, 5000만 인구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내년 초까지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이하 FC‧통합물류센터)를 비롯한 물류시설을 건립, 운영할 예정이다.
쿠팡은 2021년 기준 물류센터 100개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쿠팡 물류센터가 150개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2027년부터 전국 약 230여개 시군구(전체 260곳)를 비롯한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60여곳 이상(전체 89곳) 지역에 무료 로켓배송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내달 대전 동구 남대전 지역과 광주광역시에 FC 2곳을 준공해 운영을 시작한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택배 불모지인 도서 산간지역을 포함한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이 늘고 지방 도시에 거주하는 고객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전망이다.
롯데쇼핑도 이커머스 식료품 1위 기업을 목표로 최첨단 자동화 물류센터 건설에 본격 착수했다. 2030년까지 1조원 투자해 6개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온라인 식료품 사업 강화를 위해 2023년 11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오카도의 기술력을 도입해 오는 2032년부터 온라인 식품부문 5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오카도 FC 부산 1호점 공사를 시작해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물류센터에는 피킹 로봇 기술이 도입된다. 피킹 로봇이란 물건을 운반하는 로봇을 말한다. 오카도의 피킹 로봇은 기존 로봇보다 효율성이 높다.
홈페이지·모바일 앱에 많이 노출된 물품이나 세일 물품 등을 확인하는 등 데이터·인공지능(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부산 FC의 일일 배송 처리량은 기존보다 2배 늘어난 3만여건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상품 집적 효율성도 끌어올려 기존 온라인 물류센터보다 상품 구색을 2배가량 많은 4만5000여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은 “부산 1호 물류센터에 이어 2호점은 서울과 경기 근방에 곧 착공 계획을 수립한다”며 “오카도 물류센터를 확대해 나가면서 우리나라에서 넘버원 이커머스 그로서리 회사가 되기 위한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BGF리테일도 지난 4일 국내 편의점 업계 최대 규모로 건립되는 부산 신규 물류센터 기공식을 개최했다. 부산 신규 FC는 BGF리테일 중앙물류센터보다 두 배 가량 더 큰 4만7000㎡의 부지에 연면적 12만㎡ 규모로 오는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이번 FC 건립을 위해 약 22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BGF리테일의 물류 사업 중 역대 가장 큰 투자 규모다.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부산 FC를 활용해 BGF리테일은 영남권역의 배송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재편함과 동시에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 등 향후 해외 진출 국가로 상품 및 물자를 발 빠르게 운송하는 수출 전진기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해당 FC는 크게 상온과 저온 물류시설로 설계돼 상품의 입고에서 출고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고, 상품의 보충 및 분류 작업에도 다양한 첨단 SCM 테크를 도입해 물류 작업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다.
CJ올리브영은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에 3만3000㎡ 규모로 축구장 5개 면적에 육박하는 ‘올리브영 안성물류센터’를 새롭게 구축해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올리브영은 안성센터를 통해 기존 수도권 3곳에 흩어져 있던 기능을 통합하는 허브(Hub) 물류 거점으로 사업 간 시너지와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FC는 블랙 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 평시 대비 최대 5배 이상 해외 주문량이 치솟는 대형 세일 기간에도 원활한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DHL, EMS 등 업체별 맞춤형 출고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향후 상품 분류에서 포장에 이르는 공정을 자동화하며 작업자의 업무 생산성도 높일 계획이다.
아성다이소는 총 4000억원을 투자해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세종시 세종스마트그린산업단지에 세종허브센터를 건립한다.
세종허브센터는 국내외 물류센터의 최첨단 기술을 벤치마킹해 최신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상품의 입고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며, 특히 셔틀랙과 GTP(상품이 작업자 앞으로 자동 이동) 설비를 통해 기존의 작업공정단계를 대폭 축소한다.
이를 통해 작업 생산성을 높이고, 동선을 간소화하고, 물류센터 운영을 관리, 제어하는 최적의 물류시스템을 통해 3만여 가지 다이소 상품을 매장별로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물류센터 자동화율에 따라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주문량이나 인력 운영 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며 “몇 시간 내 배송, 당일배송 등 배송 속도 여부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투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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