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폐업 외식업체 수 17만개…코로나 때보다 늘어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영업 폐점율이 오르고 있다.
8일 통계청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8월 물가는 2021년 3월(1.9%) 이후 5개월만에 최저 상승을 기록했으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향후 전망을 예측하는 쉽지 않다.
서비스물가는 2.3% 오르며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중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 물가는 각각 1.4%, 3.0% 상승했다. 외식 물가는 2.8%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 폭을 상회했다.
불안정한 시장상황에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폐업율이 크게 증가하고, 외식 산업 경기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의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외식산업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식산업지수는 75.6을 기록했고, 이는 1분기보다 3.68 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고 있음에도 누적된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고, 외식 업체들은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폐업하는 외식 점포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외식 점포 중 올해 1분기 폐업한 업체 수는 5922개로 1년 전에 비해 3% 늘었고 2년 전에 비해 51.4% 급증했다. 2분기에 문을 닫은 외식 점포 수는 6290개로 1분기보다도 6% 늘었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폐업한 업체는 17만6258개로 폐업률이 21.5%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운영 시간에 제제를 받아 외식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은 2020년에 폐업한 수(9만6530개)보다 많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입은 줄어드는데 이자 부담은 늘어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기간에 받은 소상공인 대출의 상환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었다.
자영업자 은행 대출 연체율도 11년만에 최고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말 0.48%보다 0.06% 오른 수치다. 이는 2012년 12월 0.64% 이후 11년여 만에 최고치다.
정부도 대책마련에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정책자금 상환연장제도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연장 기간을 5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국은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 지원, 소상공인에 대한 전기요금 환급 특별지원사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10여년째 외식업체를 운영한다는 한 자영업자는 “전체 물가 상승폭이 많이 둔화했음에도 소비 부진과 경기 둔화는 여전하다”며 “코로나 때보다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