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물가상승∙식음료와 외식비 상승률 여전해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고물가가 고착화되면서 불황형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준화)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공존하는 불황형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등 물가 안정 체감도가 낮다.
불황형 인플레이션은 국민 소득이 감소하면서 불황형 소비가 이어짐에 따라 내수가 부진해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이 악화돼 소득은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 현상이다.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1%대 진입까지도 기대가 되는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이 물가가 여전히 높다고 느끼는 것은 누적된 물가 상승과 식음료, 외식비와 같은 체감 물가가 평균 소비자 물가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다. 2020년을 기준(100)으로 하고 있으므로 4년 사이 평균 물가가 14.54% 오른 셈이다. 이는 2020년에는 10만원에 살 수 있던 제품을 올해 8월에는 11만4540원을 줘야 살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체감율이 큰 먹거리 품목의 물가 상승률은 대체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율을 상회한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고, 배는 120.3%, 사과는 17.0%, 배추 9.6%, 풋고추 13.3%, 맛김 19.9%, 초콜릿 10.1% 등 과일, 채소,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일제히 치솟았다.
이에 불황형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는 9980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빵빵덕 미니 생크림 케이크를 출시했다. 무인 로봇카페 비트는 모바일 앱을 통해 1만원을 선결제하면 30일 동안 20잔의 아메리카노를 제공하는 가성비 상품을 내놨다. 한 잔에 500원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물가의 상승폭 감소로 국민들에게 물가를 잡았다고 자신하는 것은 현장민심과 괴리된 판단이라는 평가다.
정부가 나서 금리 인하 등 내수 증진을 위해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용시장 냉각과 고물가, 고금리 등 여러 원인이 혼재돼 단시간 내에 내수 부진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색된 경제 흐름을 풀어주기 위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 국민 대상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물가는 치솟고 있다”며 “수치적으로 물가를 잡았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