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19일 정부의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 추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정호 김성환 민형배 허영 의원과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부터 체코를 방문하는 것은 '24조원의 잭폿'으로 부르던 원전 수출이 미국의 문제 제기로 어려워지자 부랴부랴 만든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체코가 지난 7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으나 미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2015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약 9년 만에 체코 순방길에 오른 배경도 한수원의 수주를 확정하고 원전 수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함이다.
이번 순방에 앞서 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최종 계약이 순조롭게 체결되고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도록 체코 정부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체코 원전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떠오른 웨스팅하우스 등과의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 정부가 기업 간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양국 기업 간 분쟁도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의 관측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이들은 "이제 윤석열 정부와 한수원이 핵심 기자재를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납품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며 "수십조원 손실이 발생한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이 재현되는 것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초 갈등 해결 방안으로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설비를 공급받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 주계약자이던 한전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은 웨스팅하우스과 원자로 냉각재 펌프와 터빈 등 주요 부품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합의에 도달한 전례가 있기도 하다.
당시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예산 규모 186억 달러 중 20억달러 안팎의 기자재 비용이 웨스팅하우스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원전 사고의 위험성, 사업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기대치를 한 참 밑돌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라"며 "이익 실현이 불가능한 원전 시장 대신 연간 10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