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이스라엘 군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간 교전이 사실상의 전면전으로 격화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해 최소 492명이 사망하고 최소 1654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면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다. 당시 레바논 측 사망자 수 추정치(1191명)의 절반 가량이 이날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양측의 무력 충돌은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저강도'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 공격을 단행한 이래로 양상이 급변했다.
지난 20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이브라힘 아킬 등 헤즈볼라의 군사작전을 주도하는 지휘관들을 제거했다. 그 이후에도 남부와 동부에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습 역시 헤즈볼라 시설이 집중된 남부는 물론이고 국경에서 100㎞ 이상 떨어진 바엘베크 등 동부지역과 수도 베이루트에서 진행됐다.
이스라엘은 이날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와 동부를 겨냥해 최근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시설 110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레바논 보건부는 동부와 남부의 병원에 부상자 치료에 대비해 비필수 수술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교육부는 국경 지대를 포함해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에 오는 24일까지 이틀간 휴교령을 내렸다.
이스라엘의 거센 공세에 헤즈볼라 역시 즉각 반격을 가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인근의 방산업체 라파엘을 비롯한 3곳에 로켓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을 "미친 짓"이라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야만적인 침공이자 전쟁범죄"라고 비난하며 헤즈볼라와 레바논 국민에 연대를 표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분쟁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중동지역에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다만 작전상 보안을 이유로 구체적인 추가 파견 규모와 임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중동에는 미군 약 4만명이 주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