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했다" 항소심에서도 실형…성범죄 재발 방지 목소리 커져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광주지방법원은 중학교 행정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교무행정사와 도서보조원 등을 대상으로 수년에 걸쳐 성추행을 저지른 5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기간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려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1심의 징역 1년형을 깨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 제한 2년을 명령했다.
A씨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전라남도에 위치한 모 중학교와 각종 회식 장소 등에서 교무행정사와 도서보조원 등 3명을 상대로 수차례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학교 내 행정실장으로서의 지위를 악용해 업무 관련 관리·감독자의 위치에서 피해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줬다고 판단했다. "범행의 내용, 기간, 횟수와 피해자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언급한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같은 직장 내에서 A씨의 지휘 아래 있어야 했고, 그로 인해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용서를 하지 않고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해 감형했다. 또 A씨는 피해자들에게 각각 2000만 원의 형사 공탁금을 제공했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이번 사건으로 해임됐고, 건강 상태 역시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보다 감형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학교라는 공적 기관에서 고위 행정직에 있는 인물이 지위를 악용해 부하직원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행정실장이란 위치에서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을 악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점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러한 성폭력 사건은 특히 상하관계에 의한 위력범죄로서 직장 내 권력 관계가 범죄에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탁금을 제공하는 등 일부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고통과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해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교직 사회에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하급자나 여성인 경우가 많고, 이들은 가해자의 지위나 권력을 두려워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권력형 성범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 대책과 더불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