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검토... 원청업체 책임 강화될까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전남 여수시의 한 변전소에서 50대 하청 청소 작업자가 6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안전 관리 소홀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25일 오후 3시 10분께 여수시 화치변전소에서 50대 남성 A씨가 변전소 절연시설 청소를 하던 중 6m 아래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A씨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해당 변전소에서 절연체 청소 작업을 맡고 있었다. 사고 당시 A씨는 청소 작업을 마친 뒤 방호벽을 내려오던 중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과 노동부가 즉시 사고 현장에 출동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A씨가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던 중 방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추락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작업 상황, 안전장비 착용 여부, 방호벽 설치 기준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원청업체를 포함한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다. 해당 법에 따라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과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게 된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변전소는 고압 전기가 흐르는 위험한 시설로,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작업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고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현장에서는 안전장비 착용과 보호조치를 철저히 해야 하며,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 교육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A씨가 사고 당시 어떤 장비를 착용했는지, 작업 전 안전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부분이 앞으로의 조사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이번 사고를 두고 "반복되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 불감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안전장비 미비, 작업장의 관리 소홀, 원청과 하청업체 간의 책임 공방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고가 고용노동부와 경찰 조사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이어질 경우, 원청업체에 대한 법적 책임이 무거워질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는 더 이상 '예방할 수 없는 불가피한 일'로 치부될 수 없다. 매번 되풀이되는 안전사고는 근로자의 목숨을 위협하며, 현장의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리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이번 사고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하청업체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원청업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