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응·만취자 처벌 수위 비슷··· 법 보완 시급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음주운전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음주 측정마저 거부하고 도주하는 상황에서 추가 대형 사고의 위험성까지 높아져 사회적인 우려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13일 관련 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면 동영상 촬영과 함께 5분 간격으로 총 3회 불응 시 측정 거부로 처벌받게 된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공무원의 측정 요구에 불응할 경우, 면허가 취소되고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이는 만취 상태인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 운전 적발 시 처벌 수위인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처벌 강도가 다소 낮다.
또 현실적으로 합의 등에 따라 법원에서 최종 선고되는 형량이 줄거나 집행유예 등으로 실형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측정 거부 후 도주가 음주 운전자들에게 처벌망을 피할 최후의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경찰통계 연보에 따르면 음주 측정을 거부해 검거된 인원은 2020년 2896명에서 2021년 3224명 2022년 3893명 등 지난 3년간 34%나 증가했다.
일반인은 물론 유명인들까지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일이 빈번한 가운데, 측정 거부 후 경찰을 따돌리고 도주를 시도하는 등 사회적 공분을 불러오는 사례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주 측정 거부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특히 도주 시 가중 처벌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음주 측정 거부는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간주해야 하고,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중 청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교통법학회장)는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정부가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낮추고 삼진아웃제를 이진아웃제로 변경하는 등 여러 대책을 시행했음에도 음주 운전이나 관련 사고 건수는 크게 줄지 않고 있고 오히려 사회적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주운전 시 벌금 등 처벌액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고 '음주 운전하면 패가망신한다'고 인식될 정도로 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음주운전에 대한 추징금 등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