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내 유제품 소비량 줄어 생크림∙버터 생산량 확대 부담
전 세계적 폭염으로 국내외 막론하고 원유 생산량 줄어 가격 ↑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올해 연말 대목 상품인 케이크 가격이 심상치 않다.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생크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생크림은 통상 500㎖에 5000~6000원대였으나 지금은 1만~1만5000원대로 2~3배가량 뛰었다. 올 여름 폭염으로 더위에 취약한 젖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원유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크림은 우유에서 지방을 제거한 탈지분유를 생산할 때 나오는 유지방으로 만드는데, 매년 줄어드는 유제품 소비량으로 탈지분유 재고가 쌓이면서 유업체들은 생크림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4만8459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 441만490톤, 2023년 430만8350톤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먹거리의 다변화 때문에 우유 소비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국 농무부(USDA)는 젖소 개체 수 감소와 개체별 우유 생산량 감소로 인해 올해 버터 가격 전망을 지난해보다 15% 오른 1파운드(0.45㎏)당 3달러(약 4000원)로 상향 조정했다.
유럽연합(EU)도 올해 상반기 치즈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반면 버터 생산량은 1.6% 감소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유럽 내 버터 가격은 지난 9월 기준 1t당 8706달러(약 1183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83%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밀가루, 식용유의 가격이 대폭 오른 가운데 생크림과 버터 가격까지 오르자 연말 대목을 앞두고 케이크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면서 홀케이크를 판매하는 김모 씨는 “몇 년째 밀가루와 유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매년 원∙부자재 가격 비중이 오르고 있다. 베이커리는 생각보다 인력도 정말 많이 들고,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며 “대형 빵집들이 골목마다 들어와 있어 가격을 더 올리기 힘든 상황이지만, 올해는 10% 정도 인상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베이커리의 케이크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크리스마스를 전후로는 5~7만원짜리 주문제작 케이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상송인의 경우 원재료 가격 변동에 취약해 올 겨울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생크림 가격이 오르고 구하기도 힘들어지면서 냉동 생크림이나 식물성 생크림을 쓰는 곳도 생겼다. 연말이면 생크림 품귀현상이 늘 일어나지만, 올해는 생크림 생산량이 줄어 일찍부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크림 생산량은 2443t으로 올해 들어 가장 생산량이 많았던 지난 5월 3316t에 비해 26%가 줄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홈메이드 베이킹∙쿠킹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한편, 업계는 원두 가격 인상으로 케이크와 함께 많이 팔리는 커피 가격 인상까지 고려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폭염에 로부스타부터 카페에서 쓰는 아라비카까지 전 세계 원두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지난달 말 t당 4398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t당 2453.95달러와 비교하면 79% 오른 가격이다. 카페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아라비카 원두의 경우 뉴욕상업거래소(NYBOT) 기준 t당 5582.05달러로 1년 전 t당 3431.45달러보다 63%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카페 업계 1위 스타벅스도 올해 모든 음료의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 가격을 각각 300원·600원씩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와 베이커리류를 함께 판매하는 카페에서는 올해 겨울 제품이 팔릴수록 손해보는 곳도 생길 것”이라면서도 “국내 카페들은 가격 경쟁이 치열해 아메리카노를 100원만 올려도 민심을 잃을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비용을 줄이면서 원재료 가격 안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