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증시가 안갯 속이다. 이번주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주식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진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 환율, 국채 금리 등은 급등락 장세를 전개 중이다. 여기에 국내 경기 사이클 수축기조 지속과 수출 모멘텀 둔화 등은 11월 증시의 박스권 탈출을 옥죄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1.43%를 기록했다. 과거 10월 평균 수익률(2000년 이후 -1.14%, 2010년 이후 -0.66%)을 밑돌며 2600선 회복은 끝내 실패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개미무덤’에 빠져있다. 개인 투자자의 10월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1.44%를 기록했다. 순매수 1위 삼성전자(-3.74%)를 비롯해 10개 종목 모두 마이너스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이 각각 11.78%, 12.38%를 기록했다.
11월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미국 대선 영향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가 선반영되면서 미국 10년 금리는 4%를 상회 중이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은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한 감세, 규제 완화, 관세 인상, 이민 제한이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는 미국의 재정적자 부담을 키울 수 있고,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채권 금리 상승을 유발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유입과 달러 강세를 일으킨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발 강달러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내내 상승세를 나타냈고, 최근에는 14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초 1300원대 초반이었던 환율은 한달 새 약 90원 가까이 뛰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는 성공했지만, 외환 수급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을 소화하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재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세와 이민 제한도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이다. 이는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선뿐만 아니라 상하원 선거 결과도 변수다.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 지지 물결) 시나리오의 경우 급진적인 정책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금리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간다면 재정 적자 부담 완화 기대로 금리 변동성은 낮아질 수 있다.
한편 미 대선 이후에는 FOMC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행,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주식시장의 하락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뒤 추가 인하에 조심스러운 입장이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11월이 아닌 10월로 선택했다. 시장은 추가 금리인하 폭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2025년 1분기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3.5%까지 인하될 가능성을 반영했다가 지금은 4%로 인하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11월 FOMC가 미국 대선 결과 후폭풍을 잠재우는 ‘처방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의 패드워치 툴은 11월 0.25%p 금리인하를 96.1%의 확률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 대선 이후 불확실성 해소로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불확실성은 요동치는데 기업 실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5년 국내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주 연속 하향조정 중이다. 9월 말 이후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는 2.4%, 내년 순이익 컨센서스는 2.9% 각각 낮아졌다.
당장 국내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한 달 전보다 6% 가까이 급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동안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집계한 263개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합산액은 61조5956억원이다. 한 달 전(65조3308억원)과 비교해 5.7% 줄었다. 상장사 271곳의 3분기 전망치 합산액 역시 70조5020억원에서 58조5747억원으로 16% 쪼그라들면서 하반기 기업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수출 모멘텀은 둔화하기 시작했다.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지만, 증가율이 7월 13.5%, 8월 11%에서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4분기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겠지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기 사이클은 작년 하반기부터 연이은 확장기조를 이어오다 8월부턴 본격적인 수축 사이클로 전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2개의 빅이벤트(미 대선·FOMC)를 다 통과한 뒤에도 투자심리가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 모멘텀은 더 약해질 전망”이라며 “미국 대선 이후 보호주의가 강화될 경우 수출 연착륙 기대는 큰 난관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