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앞세운 트럼프…中과 아시아 패권 경쟁 의지
‘세계 1위’ 中조선업 견제 위해 K-조선과 협력 불가피
美 MRO 사업기회 확대 가능성…K-9 무기수출 기대도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조선·방산 업계가 ‘트럼프 효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 조선·방산 업계와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과 방산기업들이 ‘트럼프 2기’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 국내 조선·방산 업계가 주목받게 된 배경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서 비롯된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선거 표어 ‘마가(MAGA)’를 앞세워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전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2기에서 국방비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트럼프 1기 당시 집권 첫 해 10% 가까운 국방비 증가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군사 패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트럼프가 이끌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상대는 중국이다. 특히 트럼프는 아시아 해상패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이는 미국의 공화당·민주당과 관계없는 미국 정치권의 공통된 생각이다. 트럼프가 강력한 관세정책을 동원해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해군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 유력하다.
이러한 트럼프의 전략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드러났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으며,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국내 조선업과의 협력을 콕 집은 것이다.
현재 세계 최대 선박 생산력을 확보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집계에 따르면 세계 상업용 조선시장 점유율은 중국(46.59%)에 이어 한국이 29.24%로 2위다. 미국의 경우 이미 중국과의 선박 생산 경쟁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미국은 상선 건조를 꾸준히 줄여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1% 미만이다. 순위는 세계 20위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최근 20년간 연간 미국 생산량의 3배 이상을 만들어냈다.
해군력 경쟁에서도 미국은 중국에 위협을 받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이 운영하는 전함이 234척으로, 미 해군의 219척보다 많다. 전 세계 해양을 아우르는 미 해군 전력과 아시아 해양만 집중할 수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할 경우 아시아 해군력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와 미국의 협력 중 이미 물꼬는 튼 것은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다. 트럼프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직접 거론한 바로 그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수행을 통해 첫 MRO 수주를 따냈다. 지난달엔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쾰러 제독(대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만났다. 김 부회장과 스티븐 쾰러 사령관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을 함께 둘러보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SC) 함정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대한 추가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HD현대도 MRO 사업 입찰 자격을 획득한 상태로 조만간 본격적으로 수주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방선업계의 무기 수출도 트럼프 2기에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6월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방산 영향 및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가 다시 집권한다면 대대적인 국방비 지출 확대가 예상되고 이는 국내 방산기업에 미국 시장 진입 기회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 추진을 위한 성능시험 계약을 맺고 K-9 자주포의 미국 수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전(前) 한미연합사령관 월터 샤프, 커티스 스캐퍼로티,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 육군 예비역 대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을 방문해 K-9 자주포 생산라인 등을 둘러보면서 “K-9과 탄약운반차 K-10은 미군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LIG넥스원도 유도로켓 '비궁'이 미국 해외비교시험(FCT)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