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국조·김건희 특검 재의결 등 사면초가 '압박' 느꼈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의 저지로 무력화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서 계엄령을 발동했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윤 대통령은 표면적으론 국회의 잇따른 행정부 인사 탄핵 등을 '내란 획책 반국가행위'로 보고 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김건희 특검 재의결과 채상병 사망사건 국정조사 임박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계엄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긴급 담화에서 야당의 무차별 탄핵 추진과 내년도 예산안 삭감을 계엄 선포 배경으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고,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열 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부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며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은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고 지칭하거나,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중대하게 어지럽힐 수 있는 '종북 반국가세력'이 만연해있다는 식으로 계엄령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담화문 어디에도 계엄 발동 요건인 '전시 또는 사변'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계엄 발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로 여러 가지를 열거했지만, 본질은 본인과 김건희 여사에 닥친 '정치적 사면초가'의 탈출구로서 계엄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3일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출범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채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윤 대통령 격노설'과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의혹'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 윤 대통령으로선 큰 부담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이 친한계의 가세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바닥을 기는 국정지지율, 자신과 부인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을 '계엄'으로 일거에 해결해 보겠다는 오판을 대통령이 한 게 아닌가"라고 추측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