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금융시장에 비상계엄 찬물… 환율·주가 변동성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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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금융시장에 비상계엄 찬물… 환율·주가 변동성 확대 불가피
  • 서효문 기자
  • 승인 2024.12.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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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환율, 한때 1440원 터치 “비상계엄 발동 후 급등”
6거래일 만에 순매수세 전환 외인들, 4일 5294억원 팔아
3일 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환율을 비롯해 우리나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살얼음판을 걷기 시작한 데 이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으로 환율·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02.9원)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 개장 직후 환율은 1418.8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최고치이자, 장중 고가 기준 지난 2022년 11월 4일(1429.2원) 이후 최고치다. 이후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며 현재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 롤러코스터의 원인은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발동한 ‘비상계엄’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10시 23분 대통령실에서 예고 없이 긴급 담화를 열고 ”야당의 탄핵 시도로 행정부가 마비됐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0시 50분에는 국회가 폐쇄됐고 이때 환율은 1440원을 돌파하는 등 급격히 상승했다. 다행히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되면서 상승세는 조금씩 하락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환율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주의무역으로 강달러 추세가 고착화된 가운데 비상계엄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추가, 원화약세가 더 뚜렷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가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IMF 사태로 경험했다“며 ”갑작스런 계엄으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고 한국의 대외 신뢰도를 손상시켰다“며 이번 비상계엄 발동이 국내 경제·환율 변동성을 크게 확대시켰다고 시사했다.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역시 비상계엄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코스피의 가장 큰 우려요소인 ‘외인 이탈’은 이번 사태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인들은 5294억원을 순매도했다. 전일 5645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특히 지난달 22일(1162억원 순매수) 이후 6거래일 만에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선 것을 정치적인 이벤트로 하루만에 날려버린 셈이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변동성 극대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은 위험자산 회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계엄령 해제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식·펀드 등 고객들의 자금 이탈 우려가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주식 시장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외국인들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금 일부 회수 가능성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시장 유동성을 고려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경우 낙폭이 커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비상계엄 후폭풍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4일 오전 8시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이복혁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과제를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시장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 또한 시장에 단기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이날부터 비(非)정례 RP 매입에 들어갔다. RP 매매 대상 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권,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 등을 추가하기도 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평가했다. 킴엥 탄 S&P 전무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 개최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의 측정 방식(메트릭스)을 변경하거나 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루이 커쉬 S&P 전무도 “프랑스 등 이미 몇몇 국가들이 정치적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며 “한국 정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번 사례는 경제·금융 정책 기조에 대한 심각한 의견 불일치로 생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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