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현안질의···"외교 권한 尹에 있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장관은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끌고)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이 '(미국) 대사가 장관께 전화했는데 왜 받지 않았나'라고 묻자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미국을 미스리드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미국 측이 주한대사를 통해 급히 상황을 파악하려 했으나, 조 장관과 곧바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와 계엄해제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었다. 당시 상황의 급박성을 고려하더라도 외교 수장이 미국 대사의 전화를 피한 것은 '한미 관계'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결과적으로 한미 간 소통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앞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조 장관과 연락이 닿지 않아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은 계엄 사태를 벌인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badly misjudge)을 했다고 평가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한편 '미국에 특사를 보낼 권한은 누가 갖고 있나'라는 조국 의원 질문에 조 장관은 "군 통수권과 함께 외교 권한도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외교의 모든 권한을 윤석열 내란수괴가 가지고 있나'라는 질문에도 "법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