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제약업계가 울상이다. 최근 검찰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에 이어 국세청까지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지난 약가인하 사태와 쌍벌제 등 각종 악재로 바람 잘 날 없는 시절을 보냈던 제약업계는 올 7월 불법 리베이트 근절 개선을 위한 선포식까지하며 쇄신을 위한 갖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다시 부는 사정당국의 칼날 바람에 업계는 내년도 전망이 어둡다.
현재 검찰은 경기도 K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국내외 8개 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에 있다. 국세청 또한 국내 유명 제약사 30여 곳을 상대로 지난 4년 간 상품권 사용내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올 들어 세무조사를 받은 제약사는 녹십자와 삼진제약, 대웅제약 등 업계 주요 기업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7일에는 동화약품이 50억이 넘는 사상 최대 리베이트로 적발되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전국 923개 병·의원의 1000여명이 넘는 의사들에게 50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 의약품담당 한 관계자는 현재 식약처에서도 리베이트 조사가 들어간 상황이느냐는 질문에 “후속조치로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일괄적으로 공개를 하기 때문에 현재 어느 제약회사를 조사 중인지는 말할 수 없다”며 “설령 조사 중이라도 이번 동화약품 건과 같이 했는지 아니면 검찰에서 별개로 조사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동화약품 사태가 더 심각한 것은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2010년 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쌍벌제 후에도 버젓이 리베이트가 이뤄졌다는 점, 광고대행사 등 최근 불법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CSO(영업대행사)를 활용한 리베이트가 적발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업계가 지난 7월 불법 리베이트 관행 근절 선언 이후 ‘윤리경영’에 앞장섰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내 총 39곳의 제약사가 지난 7월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따라 최근 유통투명화를 위한 윤리경영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란 제약회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아예 퇴출시키는 제도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근절해가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들은 회사가 합당한 조치를 받는 게 당연하다”며 “잇단 악재들이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과도기적 진통이 아닐까 한다"며 "지난 7월 이후에는 제약업계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내년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화약품의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검찰에서 통보한 리베이트 수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과 함께 관련 의약품 상한금액 인하를 추진하기로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