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유통채널도 다양해지면서 올해 백화점 매출은 전반적으로 주춤했지만 유일하게 식당을 포함한 식품 부문만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기로 인해 국내외 유명 맛집과 식료품 매장을 유치하기 위한 백화점들 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기존점(올해 신규 지점 제외)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전체 지점(올해 신규 지점 포함)의 식품부문(식품매장+식당) 성장률은 10.9%로 집계됐다. 기존점 성장률(3.5%)의 약 3배일 뿐 아니라, 전체 지점 총 매출 성장률(7.3%)보다도 3.5%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롯데백화점의 식품부문 연간 성장률은 △2012년 18.7% △2013년 13.5% △2014년(11월까지) 10.9% 등으로 최근 수년 동안 계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전체 매출 부진 속 식품부문 고성장’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식품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10.5% △2013년 11% △2014년(11월까지) 11.2% 등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런 사정은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이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11월까지 기존점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하지만 식품 부문만 따지면 성장률이 9.1%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의 분기별 전체 및 식품부분 매출 증가율(작년 동기대비)을 비교해도 △1분기 전체 3.8%·식품 10.9% △2분기 전체 3.5%·식품 9.7% △3분기 전체 3.7%·식품 12.3% 등으로 식품 부문 성장률이 전체의 약 3배 수준이다.
이처럼 식품 부문의 매출 신장과 집객효과가 뚜렷해지면서 각 백화점은 앞 다퉈 국내외 맛집 모시기에 나섰고, 실제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본점 지하 1층에 미국 최대 중국음식 프랜차이즈 ‘판다익스프레스’를 유치했다. 백화점측에 따르면 이 매장 하나의 지난 3개월간 누적 매출은 무려 7억원. 월평균 매출이 2억원이 훌쩍 넘는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들어선 제과점 ‘이성당’도 대표적 대박 사례다. 개장 초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월평균 5~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정도 매출은 패션 등 롯데백화점 전체 매장을 통틀어 10위권 안에 드는 수준이다.
11월 수원점에서 개장한 홍콩식 정통 완탕면집 ‘청키면가’, 서울 3대 빵집 가운데 하나로 이달 노원점에 입점한 ‘나폴레옹 과자점’ 등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식당뿐 아니라 지난 10월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6층에 문을 연 프리미엄 식료품점 ‘펙(PECK)’도 월평균 고객 수가 1만명이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작년 압구정점에 일본 디저트 ‘몽슈슈 도지마롤’을 유치, 월매출 약 4억원을 올렸다. 또 지난 7월에는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피에르 에르메 파리’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압구정 본점에 자리 잡았다. 프랑스 정부의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최정상급 파티시에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마카롱·초콜릿·페이스트리 등이 대표 제품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8월 판교점에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품브랜드 ‘이틀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2007년 토리노에서 설립된 식품 브랜드로 식료품점과 식당이 결합된 형태다. 판교점 이틀리 매장 규모는 약 1930㎡(600평)로 국내 프리미엄 수입 식품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