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정책 판단 어려워져...“정책공조 필요”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부문의 경기변동 주기(사이클)와 실물 부문의 경기변동 주기 간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한은 박양수 금융안전연구부장과 이정연 금융안정연구부 과장은 1986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실질주택가격, 비핵심부채 비중 등 3개 지표를 활용해 한국경제의 금융사이클 종합지수를 측정했다.
순환주기 측정 결과 우리 경제는 1986년 이후 총 다섯 차례의 금융사이클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현재는 제5순환기의 경기 확장 국면 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은은 20일 이 같은 분석결과를 담아 ‘우리나라의 금융사이클 측정’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보고서는 “2010년 4분기 이후 금융 확장기에 진입해 있으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영향으로 확장세가 주춤하다가 2014년부터 금융사이클 상 확장 국면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이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증가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사이클과 금융사이클이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점이다.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 종합지수와 실물사이클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사이에 동조화 지수가 크게 하락했으며 매우 높은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말했다.이는 최근 나타나는 현상처럼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이와 관련 박 부장은 “실물·금융사이클의 괴리로 거시경제 정책을 수행하기에 어려운 환경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실물경기 회복에 초점을 두고 금리 인하를 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하고,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결국 통화당국과 경제·금융정책당국 간 정책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보고서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간 조화로운 운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며 “여러 정책당국자들이 금융사이클 국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적절한 정책조합을 선택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상호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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