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특수’로 버티는 韓 소비시장…日 발길 움직임에 고심 깊어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국내 유통업계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지나친 유커(중국인 관광객)의존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지속성장 가능성 여부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일본을 방문한 유커수는 같은 기간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를 2개월째 웃돌았다. 이렇다보니 그동안 한국행을 선호하던 유커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12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3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33만82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7% 증가했다. 이는 3월의 일본 방문 한국인 수인 26만8200명을 여유롭게 앞지른 수치다.지난 2월에도 방일 유커는 35만91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59.8% 늘어나, 이 기간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수인 32만1600명을 넘어섰다.일본을 방문한 중국과 한국인 수의 격차는 2월 3만7500명에서 3월 7만명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올 들어 1∼3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92만3500명으로, 이 기간 일본 방문 한국인 수인 94만7900명의 97.4%로 맹추격하고 있다.역대 한국인 방문객수는 일본관광시장에서 작년을 빼고 매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인은 강한 반일 감정 때문에 일본 방문을 꺼려 실제 일본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내에서 반일감정에 덜 민감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인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 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일본 쇼핑관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비자 발급을 완화하고 면세제도를 크게 완화한 점도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꼽힌다.이렇다보니 국내 유통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을 찾던 ‘큰손’ 유커의 발길이 일본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실제 유커의 성장세도 예년에 비해 크게 꺾이고 있는 추세다.노동절 연휴인 지난 1일부터 롯데백화점의 유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5% 증가했다. 낮은 수치는 아니나, 2013년과 지난해 성장률은 각각 135%, 118%씩으로 매년 두배씩 늘었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은 반토막이 난 셈이다신세계백화점의 경우도 유커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83%에서 올해 58.4%로 떨어졌고, 현대백화점 역시 노동절 중국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91.3%에서 올해 58.1%로 낮아졌다.엔저 현상 등의 영향으로 한국 대신 일본을 찾는 유커가 급증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은 마케팅 다변화를 위한 돌파구 찾기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유커의 일본 유입이 증가하는 데는 한국 관광에 불편함을 느낀 경향이 크다”며 “국내 유통업체들이 다시 유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선 알리페이 등 결제서비스 도입과 간소화라든지 유커의 입장에서의 개선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