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집중기관 신설 놓고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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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집중기관 신설 놓고 논란 가열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6.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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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기관 관리가 바람직” vs “국민감시 ‘빅브라더’ 될 것”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위원회가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는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의 신설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논란도 함께 가열되고 있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통합 신용정보집중기관 추진위원회는 지난 12일 회의를 열고 기관 설립 방안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위는 이달 초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을 확정하면서 내년 3월까지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각 금융협회의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할 기구로,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각종 데이터를 통칭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핀테크와 같은 새로운 금융산업을 길러낼 주요 인프라로 꼽힌다.그러나 이 기관의 신설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우선 기관의 신설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올해 2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국회 정무위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성·운영한다’는 의견을 달았다.30여 년간 민간에서 수행해 온 신용정보 집중 업무를 정부에서 가져갈 경우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그러나 이 부대의견을 은행연합회에서는 ‘내부의 독립기관 운영’으로, 금융당국에서는 ‘기관 신설’로 달리 해석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시행령이 많다는 의견과, 시행령을 통한 정책추진이 불가능해지면 ‘식물정부’가 된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국회법 개정 논란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이 갈등은 법 해석의 차원을 넘어 정부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정부는 지난해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민간이 아닌 공적 기관에서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그러나 반대편에서는 개인정보를 모두 정부가 관리할 경우 국민을 손쉽게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물론 금융위원회는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름이나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을 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이렇게 비식별화 과정을 거친 정보라도 언제든 다른 정보와 결합시키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실제 행정자치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개인정보 비식별화에 대한 적정성 자율평가 안내서’를 보면 비식별정보를 이용해 개인을 식별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2013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페이스북·트위터 등의 한국인 이용자 계정에 업로드된 SN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식별정보로 생각되던 정보만으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던 경우가 3%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를 다른 정보와 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가 최대 45%에 이르렀다.전성인 교수는 “당국에서는 암호화해 보관한다고 하지만 검찰 수사로 카카오톡이 ‘사이버 검열’ 논란에 휘말린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언제든 원하는 기관은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개인정보를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정보보호 차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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