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박사학위 소지, 음대교수·강사 무더기 적발
[매일일보=김호준 기자]금품을 받고 외국 음악대학의 가짜 석·박사 학위를 발급받게 해준 사설 음악학원과 이를 발급받은 음대교수 등이 검찰에 적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19일 국내 음대 졸업생과 교수, 강사 등 120여명을 모집, 수 천만원씩 받고 러시아 모 음대의 가짜 석·박사 학위증을 발급해준 혐의로 서울 O음악원 대표 도모 (여·51)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아니스트 출신인 도씨는 1998년 강남에 음악학원 겸 유학알선업체인 음악원을 설립하여 러시아 대학의 석·박사학위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모집했다.
도씨는 이들에게서 학기당 400만 ~500만원씩 받고 불과 몇 시간 분량의 강의와 레슨, 일주일가량의 러시아 대학 방문 프로그램 을 제공한 뒤 가짜 석·박사 학위증을 발급해주고 25억원 상당의 부정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도씨와 함께 사건을 도모한 러시아 음대 총장 A씨는 연간 10여일 정도 도씨가 운영하는 음악원에서 강의를 하는 등 마치 대학의 분교인 것처럼 속이면서 허위 박사학위증을 발급한 혐의를 받고 현재 지명수배 중이다.
학위 수여식은 서울 유명 호텔의 식당을 빌려 개최했고, 일부 학원생들의 항의로 러시아에서 재차 학위수여식을 거행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통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학술진흥재단에 학위를 등록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러시아음악협회'를 결성해 기념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2명은 모 대학의 조교수와 전임강사로 임용됐고, 국내 명문대 교수도 가짜 박사학위증을 받은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가짜 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해서는 전원 교육부에 통보해 징계를 의뢰하는 한편 러시아 모 음대로부터 같은 방식으로 가짜 석사학위를 취득한 국내 음악계 종사자가 100여명인 것으로 확인하고 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예전부터 공공연히 예능계에 가짜박사들이 판을 친다는 소문들이 나돌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소문이 진실임이 밝혀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 그 밑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과 실력 있는 음악가에게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력도 없어 돈으로 학위를 사들인 가짜 음대 박사가 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도 없을 것이며, 실력 있고 제대로 된 과정을 밟은 사람들을 측근에 두지도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음악인들이 이런 식으로라도 학위를 따려고 하는 것은 교수 임용이나 학생 레슨시 학위 소지자를 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음대에서는 교수 임용 심사를 할 때 학위 소지 여부는 물론이고 같은 연주회라도 단지 연주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매기는 등의 불합리한 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인 국내외 박사 학위 자 검증시스템 전무
이처럼 예전부터 나돌던 외국박사 가짜 파문은 그동안 교육부의 안일한 제도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일각에서는 무조건 학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풍토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음악가는 연주만 잘하면 됐지 학위 소지 여부가 왜 필요하냐는 논리다.
또한, 학술진흥재단은 신고 접수증만 발급할 뿐, 박사 학위가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돈을 주고 얼마든지 학위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외 박사 학위 자에 대한 검증 시스템 강화가 최우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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