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예비비로 편성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 예산 44억원에 대해 “편집·인쇄 등 교과서를 만드는 데 15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11월 안에 작업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비비 편성은)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적절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재위가 시작하자마자 야당 의원들이 예비비 승인 의혹을 추궁하자 최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국정교과서 제작에 필요한 44억원의 예비비가 의결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예비비는 정부가 예측하지 못한 예산 외의 지출이 필요할 때 편성하는 것이다.예산을 먼저 쓰고서 이듬해 5월 31일까지 국회에 사용 명세서를 제출해 승인을 얻으면 된다.이날 아침까지 공식 확인되지 않았던 예비비 편성 의결이 사실로 드러나자 야당 의원들은 ‘예산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국정교과서 제작을 강행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역사교과서를 2017년부터 국정화한다는 고시가 지난 12일 나왔는데, 2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치면 11월 2일이 된다”며 “국민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예비비를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회 예산 심사를 통과할 자신이 없으니 예비비를 사용한 것 아니냐”며 정부가 요건에 맞지 않는 예비비를 편성했다고 지적했다.같은 당 김영록 의원도 “예비비 44억원을 국무회의에서 사실상 비밀리에 의결한 것은 명백히 위법”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에 최 부총리는 “정부로서는 예비비 편성 요건이 된다고 보고 국무회의를 통과시킨 것”이라며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쳤다고 맞섰다.최 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후세대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그는 “지금 우리 교과서의 사실 관계가 너무 혼란스럽게 기술돼 있다”며 “젊은 미래 세대에게 무엇이 사실 관계인지 혼란을 주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정당성을 강조했다.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라는 요구에 최 부총리는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을뿐더러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