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완견 주인의 몰지각한 행동이 한 시민의 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에 떠돈 일명 ‘개똥녀’ 사건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한동안 그 개똥녀 사건을 통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애완동물을 기르던 사람들까지 알게 모르게 많은 욕을 듣게 되어 곤욕을 치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애완동물 주인들이 세금이란 철퇴를 맞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애완동물 주인에게 마리당 10만원 정도의 부담금을 물리는 개정안이 몇몇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 된 것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이영호 의원 등 여야 의원 16명은 이달 초 애완동물 주인에게 부담금을 물리는 동물보호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도시의 공공장소에 애완동물의 오물 등으로 인해 환경에 악영향을 초래할 뿐 아니라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사례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애완동물을 등록한 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해 이를 사회적 비용에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구체적인 부담금 액수는 시행령에 맡기기로 했지만 이영호 의원은 현재로서는 개 한 마리당 10만원 정도가 적당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영호 의원은 “사람보다 환경오염 유발지수가 높은 애완동물들이 적잖은 오염물을 배출하고 있는데도 주인들이 이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현재 전국적으로 500만 마리의 애완동물이 사육되고 있는데 이들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부산시에서 한 해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과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농림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애완동물 등록제를 실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현재 법제처와 협의 중이며 조만간 국회에 제출한 예정이다.

애완견들 세금까지 냈으니 복지시설 책임져라~

현재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애완동물 주인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열띤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이영호 의원의 발언으로 네티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개정안을 발의 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호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수백개 씩 올라오고 있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애완동물 부담금제 도입 찬반’을 묻는 인터넷 투표에서도 반대의견이 2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강아지를 키우는데 돈을 내라고 하면 과연 등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며 “양심적으로 등록하는 사람들만 돈을 내게 되어서 결국 이 사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애완동물에게 부담금을 물리게 되면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키우는 동물을 버리는 사람도 있게 될 것이며 그러다 보면 유기견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이는 오히려 부담금 부과 취지인 환경오염 방지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애완동물 부담금 부과의 의무에 동참 하는 대신 동물주인의 권리를 확실히 보장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부담금을 내라면 낼 테니까 개를 잃어버리면 확실하게 찾아주고 개 의료보험 등 동물 복지도 보장하라”는 것이다.

애완동물 에 대한 부담금을 정부의 ‘증세 정책’ 일환으로 보고 비판하는 의견도 상당수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말이 부담금이지 이건 일종의 세금이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벌금 정도의 처리 법안으로도 충분한 사안을 세금으로 걷겠다는 것은 의원들이 무슨 심보겠는가?” 라며 의원들을 비꼬았다.

선직국에서도 볼 수 없는 시대 역행 법안?

한편 이영호 의원의 발의가 있은 후 18일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부담금 관리 기본법에 대한 철회를 촉구하며 반박문을 발표했다.

반박문의 주 내용은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고 일본에서 조차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에 따른 문제는 그 주인들의 에티켓으로 따로 벌칙을 정하지 않고 있어 주인들 스스로가 주의사항을 만들어 준수하도록 계몽하는 순리적인 방법을 따르고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환경부담금을 적용한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도 담배 한 값 당 환경부담금을 적용해야하지 않는가?”

“이것은 개를 기르면 세금을 내라는 것은 개를 기르지 말라는 것이며 시대를 역행하는 현실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들고 나온 법안”이라며 이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를 볼 때 반대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찬성의 의견도 눈에 띄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법안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 뒤 “버려진 동물들에 의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고 공공장소에서 도덕성이 결여된 개주인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보는 일도 많다.” 라는 것이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가 된다면 애완동물 주인들의 집단 반발 까지도 예상되는 가운데 인터넷상에서는 끊임없는 설전이 펼쳐지고 있다.

과연 실효성 논란과 애완동물 주인들의 반발을 안고 국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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