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국민의당이 ‘야권통합’을 두고 당내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당의 공식적인 ‘불가방침’에 반박하며 안철수 공동대표와 정면충돌했다.
국민의당이 지난 4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야권통합 불가’ 당론을 정한 후 안 공동대표가 지난 6일 당사에서 ‘불가방침’을 재천명한 것을 뒤집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야권이 개헌저지선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여당이 개헌선을 넘어설 때 이 나라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끔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선거구도가 일여다야(一與多野)로 갈 경우 서울 및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 승리가 어려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수도권처럼 5%포인트 미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역구에서 여당에게 내줄 경우 여당의 개헌저지선(180)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의 당론이 ‘통합 불가’로 정해진 것은 당내 호남 현역의원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호남은 일여다야의 구도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교섭단체 의석을 언급한 점은 ‘제3당’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강조하며 통합을 거부하는 안 공동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안 공동대표는 지난 6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당은 기득권 양당담합체제를 깨고 3당 경쟁체제를 만들려고 나온 정당”이라며 “못해도 1등, 더 못해도 2등은 하는 현재의 정치체제로는 대한민국 문제를 절대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공동대표와 김 위원장이 모두 야권 통합을 위한 셈법이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조건에 현역 의원 1명이 모자란 가운데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민주가 ‘2차 현역 물갈이 명단’을 이번 주 내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후속 탈당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당독주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야권 지지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야권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는 현실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럴 경우 당대당 통합은 어렵더라도 서울 수도권 등 격전지는 후보들 간의 연대의 길을 사전에 열어두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