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분양전환형 매입임대, 서민주거안정 역할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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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분양전환형 매입임대, 서민주거안정 역할 가능할까?
  • 김승현 기자
  • 승인 2024.10.3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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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시점 6년 늦추는 것 외 일반분양주택과 차이 없어
무리한 공급 추진 중 품질·입지 문제 불거질 우려 有
분양 시점 외엔 일반분양주택과 차이 없는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이 서민주거안정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사진=연합뉴스 제공
분양 시점 외엔 일반분양주택과 차이 없는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이 서민주거안정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이 분양 시점을 늦추는 건 외엔 일반분양주택과 차이가 없고 무리한 공급 과정에서 품질 문제에 직면할 수 있어 서민주거안정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8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발표한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 관련 첫 번째 입주자(1091호)를 전국 9개 시·도에서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225호) △경기(371호) △인천(365호) △광주(13호) △대구(37호) △경북(3호) △경남(43호) △충북(2호) △충남(32호) 순이다.

매입임대주택이란 도심 내 양질의 주택을 매입하거나 신축해 공공이 직접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장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어 입주자 선호도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한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은 입주자가 최소 6년 임대로 거주한 후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매입임대 유형이다. 국토부는 ‘중형평형’ 위주로 공급할 계획이며 분양전환을 희망하지 않거나 소득·자산 요건을 초과해도 일반 매입임대주택과 임대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

첫 번째 입주자 모집공고는 월세형(신혼·신생아 매입임대) 317호와 든든전세(전세형) 774호로 총 1091호다. 든든전세유형은 소득이나 자산요건과 무관하게 시세 대비 90% 전세로 공급하며 월세형은 신혼·신생아 매입임대 입주자격을 갖춘 이를 대상으로 공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첫 번째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 공급에 이어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며 “신축매입임대주택 11만호를 차질 없이 공급해 비아파트 시장 안정화와 국민 주거안정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공급실적을 분석할 때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9년 이후 최근 5년간 LH가 공급한 매입임대주택 수는 10만가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계획 대비 공급률 60% 미만으로 연평균 약 2만가구 수준이다. 가장 많은 공급을 달성한 지난 2021년에도 2만8000가구에 그쳤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정부가 신축매입임대 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계획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라며 “정책을 만들기 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 부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파트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부동산원 주택유형별 거래량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전국 주택 매매거래 55만5054건 중 아파트 거래는 41만1812건으로 전체 74.2%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최소 6년간 거주한 뒤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분양전환형 특성상 분양 시점만 늦출 뿐 일반분양주택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소현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매입임대로 장기간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겠다는 게 아니라 단지 분양시점을 6년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되레 소형주택 가격 거품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은형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정부 예산이 투입될 매입임대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게 맞지만, 분양전환형은 매입임대라는 방식만 있을 뿐 분양주택과 다른 바 없다”며 “사회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과 서민 주거안정 효과가 거의 없어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무리한 매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최 소장은 “지난 8·8부동산대책에서 서울 지역 비아파트 공급이 정상화할 때까지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무리한 공급 추진은 대규모로 공급 가능한 특정 유형의 편중을 가져오고, 급하게 사면 주택 품질이나 입지 문제로 사지 말았어야 할 곳을 사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월세 시장 안정화 효과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매입임대는 꾸준한 공급확대 기조가 필요한데 정부 확대방안을 보면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부동산 시장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공급 규모가 급감하는 등 정책 일관성이 결여될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도 정해진 숫자를 채우는 데 급급해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경우가 있는데 이보다 더 많은 주택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정책이 운용되고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LH는 매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현장 내 품질관리 체계를 다시금 점검·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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