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공동압박 불구 재정·금융당국 수장간 ‘딴 목소리’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기업 구조조정과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이 재정 및 금융당국간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한국은행을 함께 압박하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문제의 발단은 양적완화에 미온적이던 한은 이주열 총재가 손실 최소화를 들어 국책은행 자본확충 대신 특별대출을 통한 지원을 대안으로 내세우면서 시작됐다.당초 유 부총리는 지난 2일 해외출장에서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가 이 총재의 발언 뒤인 5일 추경 편성도 포함해 고려한다고 선회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유 부총리가 굳이 ‘말 바꾸기’란 비난을 감수하면서 추경을 거론한 데는 한은을 압박하고 있는 임종룡 위원장과의 미묘한 갈등관계가 한몫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 부총리는 당장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드라이를 걸어야 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며 임 위원장도 주무부처 수장으로 견제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재정·금융당국 수장의 입장에서 현 정부의 최대 난제인 기업 구조조정의 기선을 잡는 것이 자신의 성적표로 나온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와 임 위원장은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산업은행법을 개정해도 한은의 출자를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정치권 출신 유 부총리와 관료 출신인 임 위원장간 신경전은 구조조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능력을 평가받는 무대란 점에서 물러서기 힘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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