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파문 확산 우려↑···국내 車 업체는 해당 차량 줄이고, 친환경 공략
[매일일보 김백선·박주선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바람 잘날 없는 한해를 보내고 있다. 폭스바겐으로부터 불거진 ‘디젤게이트’는 미쓰비시, 닛산 등을 거치며 연비조작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대안인 친환경차의 정부 정책마저 혼선을 빚으면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실정에 이르렀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입차 개별소비세 환급 논란과 국내 완성차 업체의 주요 부품과 관련한 문제까지 악재가 뒤섞여 있는 모양새다. 이에 <매일일보>는 최근 자동차 업계가 맞닥뜨린 위기를 4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배출가스·연비조작’에 추락하는 신뢰
② 갈피 못 잡는 친환경차 정책
③ 주요 부품 문제로 업체들 ‘곤혹’
④ 개소세 논란···국산 ‘준다’ VS 수입 ‘못준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닛산과 미쓰비시, 스즈키까지 ‘배출가스·연비’ 조작에 휘말리면서 업체와 소비자들 간의 신뢰가 깨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조작 논란이 업체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푸조도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 ‘조작스캔들’ 전방위 확산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최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인증 관련 부서와 인증 대행사 2곳을 압수수색하고 대행사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한국법인이 독일 본사에서 받은 연비 시험서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된 시험서의 수치가 일부 다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치가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면 독일 본사 또는 한국 지사 차원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앞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허용 기준에 맞지 않게 자동차를 생산하고, 생산 차량의 인증을 받지 않은 혐의(대기환경보전법 위반)로도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이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크게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비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때 고려하는 주요 제원 중 하나로 이를 조작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배신감과 충격은 배출가스 조작 파문 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조작 파문으로 휘청이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에 이어 최근 일본 4위 자동차업체인 스즈키자동차도 연비를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가 된 차량은 스즈키자동차가 2010년 이후 일본에서 생산한 16개 전체 차종 210만대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정한 방식대로 야외 테스트 코스를 달려 실측치를 구하는 대신 실내 테스트에서 부품별로 실험해 나온 데이터로 연비를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스즈키 측은 “측정 방법이 잘못됐지만 차량의 실제 연비와 소비자 카탈로그에 찍힌 수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이은 연비 부정 스캔들에 일본 자동차 업계 전체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미쓰비시자동차는 일본 내 소형 모델 4종에 대해 연비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일부 차종에 한해 1991년부터 부정 측정이 자행되고 있단 점도 시인했다.
◇ 메르세데스-벤츠와 푸조도 조작 의혹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푸조도 조작 스캔들에 휘말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배출가스 장치 조작 의혹으로 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는 최근 미국 법무부의 요구로 미국 내에서 디젤차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송을 대리하는 법률회사측은 소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블루텍(요소수를 이용해 인체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벤츠의 필터시스템) 디젤차가 실험실보다 실제 도로에서 훨씬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으며 이는 차량에 조작장치를 설치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조와 시트로엥 등을 보유한 PSA그룹도 지난 4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으로 촉발된 프랑스 정부의 광범위한 조사의 일환으로 프랑스 경쟁·소비·부정방지국(DGCCRF)으로부터 파리와 몽벨리아르에 있는 5개 시설에 대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0월 100개 차종을 검증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테스트 결과 PSA 3개 차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이상이 발견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배출가스 조작에 이어 연비 조작 혐의까지 받게 되면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깨지는 것은 물론 판매량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완성차 업체는 ‘더티디젤’과 ‘연비조작’ 등 논란에 해당 차량의 출시를 중단하거나 출시를 미루는 한편, 대안인 친환경차에 대해 마케팅 등 판매량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