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나쁜차?…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
[매일일보 김백선·박주선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 특별대책으로 경유차 수요를 억제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때 ‘클린디젤’이라 불리며 친환경차로 분류되던 경유차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전락하면서 각종 혜택이 사라지게 된 것.
◇클린디젤에서 미세먼지 주범으로
8일 업계에 따르면 경유차가 친환경차로 분류된 것은 지난 2009년 유럽연합(EU)이 정한 자동차 유해가스 기준인 ‘유로5’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온실가스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면서 가솔린차보다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으면서 이산화탄소(CO₂)를 적게 배출하는 경유차가 ‘클린디젤’로 포장돼 각광받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도 경유차를 친환경차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듬해인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는 유로5이상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도 면제해주며 경유차 보급률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경유차에 대한 친환경적 이미지가 손상된 것. 여기에 노후화된 경유차가 많은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유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지난 3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확정 발표한 것.
그동안 논란이 됐던 경유값 인상안과 고기구이 음식점에 대한 규제 강화는 대책에서 제외됐지만 대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신산업 투자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함께 줄이는 기술개발 등 지원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원의 30%를 차지하는 경유차를 감축하기 위해 노선 경유버스를 전량 친환경적인 천연가스(CNG)버스로 교체하도록 오는 2017년부터 CNG버스 구입비 지원을 확대한다. 또 경유버스에 지급하는 유가보조금(리터당 380.09원)처럼 CNG버스에 부과된 세금(84.24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된다.
대기오염 심각도에 따라 평상시에는 노후 경유차 수도권 운행제한(LEZ)을 시행하고, 오염이 심각한 날에는 지자체와 협의해 차량부제를 실시한다. 경유차에 주어지던 수도권 공영주차장 사용료 반값 할인 및 혼잡통행료 50% 감면 혜택도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사라질 전망이다.
또 폐차된 경유차는 친환경차로 대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17만4000대인 친환경차를 오는 2020년까지 총 150만대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럴 경우 신차판매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에서 30%로 확대된다. 충전인프라는 주유소의 25% 수준(3100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고민해봐야
최근 배출가스 조작 등 경유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경유차를 나쁜 차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
경유차는 트럭이나 건설기계처럼 순간적으로 힘이 필요한 차량에 반드시 필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선 휘발유 차 못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발생원의 최대 50%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대책마련과 경유차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에서 벗어나 연비도 좋으면서 환경 오염도 시키지 않는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정부가 이번 미세먼지 대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휘발유차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휘발유차 역시 경유차와 마찬가지로 노후될수록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아지기 때문.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는 휘발유차가 경유차보다 30% 더 배출하는 것도 장차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클린디젤이라며 경유차에 대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다가 이제와서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며 혜택을 폐지하는 것은 사실 시민들 입장에서 무척 혼란스러울 것”이라면서 “향후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게 될 친환경차에 대해서도 개발과 보급 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