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가중에 금리인하 효과로 더 증가하나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은행권의 전세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다가 기준금리까지 인하돼 전세대출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농협ㆍ기업 등 6대은행의 전세대출(기금을 제외한 은행계정)은 올해 1~5월에만 3조4974억원이 증가했다. 전년 같은 기간(2조248억원)에 견줘 1조4726억원(72%)이 증가한 수치다.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조2221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국민은행(7313억원), 농협은행(6713억원), 신한은행(5767억원), KEB하나은행(3030억원) 순으로 순증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 전세자금 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전셋값은 올해 5월 2억136만원으로 지난해 5월(1억7256만원)보다 2880만원(16.7%) 올랐다.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3억4111만원에서 4억676만원으로 6565만원(19.2%)이 뛰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의 정희수 팀장은 “전셋값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가 전세대출은 원리금을 갚는 게 아니라 이자만 갚아도 되는 거치식, 변동금리 구조여서 기준금리 인하로 전세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전세가는 이미 매매가를 턱밑까지 추격해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지난달 처음으로 75%를 돌파했다. 성북구(84.3%), 성동구(81.0%), 구로구(81.2%), 중구(80.1%), 동작구(80.0%) 등 5개 구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었다. 이처럼 전세난이 해갈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가 기준금리 인하로 촉발된 은행권 대출 금리 인하로 전셋값 조달비용이 싸지면서 전세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자, 6대 은행의 전세대출은 비수기였던 7~8월 두 달 동안 1조원 넘게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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