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비즈]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는 회장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함에 따라 다음 회장 자리에 누가 오를 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빅딜 과정에서 전경련이 재계의 구심점으로서 제대로 된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의 오너들이 전경련 회장 자리를 피해왔다.
실제로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5대그룹에서 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김각중 회장(26, 27대), 강신호 회장(29, 30대), 조석래 회장 (31, 32대) 모두 재계 서열 30위권 밖의 기업 출신이었다.
28대 손길승 회장이 4대그룹인 SK그룹 출신이기는 했지만 손 회장은 전문경영인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전경련 안팎에서는 차제에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에서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의 구심점으로서 전경련의 위상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는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은 재계 1위 그룹인 삼성을 이끄는 수장으로써 한국 재계를 대표할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강신호 전 회장(29대, 30대 회장)의 임기말에 재계 대표들이 이 회장에게 누차 회장직을 제안했으나, 사양한 바 있어 이번에도 전경련 회장단이 뜻을 모아 회장직을 제안한다고 해도 수락할 지는 미지수다.
이 회장 외에도 재계 2위 그룹인 현대기아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도 유력한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취임 후 현대기아차그룹을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아 재계를 대표하는 수장으로 적임이라는 평이다.
게다가 정 회장의 부친인 고 정주영 창업주가 13~17대 회장으로 10년간 전경련을 이끌며 전경련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평소 부친의 유지를 잇는데 적극적인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의 제안이 온다면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 그룹의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해외 순방이 잦은 데다, 세계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에 놓여있어 그룹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회장직을 고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이 전경력 회장직을 마다할 경우 사실 차기 전경련 회장 추대는 난항에 빠져들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재계 서열상으로는 LG그룹과 SK그룹도 거론될 수 있으나, 구본무 회장의 경우 98년 반도체 빅딜 당시의 앙금이 아직 남아있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최태원 회장은 윗 선배 총수들이 많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회장직을 고사할 경우 회장단 내에서 연배가 높은 총수가 내년 3월까지의 잔여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사진설명> 차기 전경련 회장 1순위로 꼽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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